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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피어오른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국민모두의 가슴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지난 1962년 1호로 지정된 국보가 잿더미로 사라진 허상을 보면서, 우리모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참담한 심정이었습니다. 먼저 삼가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수습하고 추스려야  할 때입니다. 이제 합심하여 속히 복구해야 하고 복원작업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관련 정부와 해당 기관은 엄중 책임을 져야할 것이며, 앞으로의 관리 체계가 먼저 신속하게 마련되길 기대해봅니다.
 


       사진기를 이용하여 사진을 찍어두거나 물감이나 붓과 같은 미술도구를 이용하여 그림을 직접 그려서 간직하기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는 그 당시, 그 곳, 그 상황에서 눈으로 보았던 사물과 느낌을 인화지와 화선지에 저장해두고 오래오래 기억하며 그 때를 되새겨보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네 일상은 물론, 대부분 아름다운 자연이나 인물, 꽃, 과일, 그리고 책과 같은 매우 다양한 정물들을 담아둡니다.

    아침식탁을 소재로 한 사실적인 정물화

  그런데 오늘은 위에서 열거한 것들과는 전혀 다른 소재의, 매우 독특하면서도 정밀한 정물그림들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17세기 사실주의의 정물화가이며, 우연치고는 이름과 시대, 활동 배경도 아주 비슷한, 피터 클레즈(Pieter Claesz, 네덜란드, 1597~1661)와 윌렘 클레즈 헤다(Willem Claesz Heda, 네덜란드, 1594~1680)의 그림, 각각 두 점씩 네 점을 서로 비교하여 감상하려고 합니다.

   네덜란드 화가인 클레즈와 헤다의 약력과 그림은 "ARC(Art Renewal Center, http://www.artrenewal.org)"와 "Web Gallery of Art(http://www.wga.hu/frames-e.html?/bio/c/claesz/biograph.html)"에서 도움을 얻었습니다. 설명은 영문을 발췌, 번역, 정리한 것이므로, 더 궁금한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두 화가의 약력을 먼저 살펴보고, 각각의 그림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아침식탁을 소재로 한 아래의 네 그림 가운데 각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점을 바탕화면으로 띄워 더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실제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 마치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진 듯, 너무도 생생하여 잠시 짜릿한 전율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사진보다도 더 실감나는 실재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그림 속에 빨려 들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순간 압도당합니다.

    풍경화처럼 부드러운 색조미가 돋보이는 클레즈의 그림

  클레즈는 1597년 네덜란드의 쉬타인푸르트(Steinfurt)에서 태어났습니다. 1620년경부터 헤다와 함께 네덜란드 그림의 새로운 양식으로 '아침식탁'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런 종류를 그린 클레즈의 그림은 빵, 치즈, 와인, 절반은 먹은 청어, 백납 자기에 든 물과 같은 내용의 구성으로 다양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균형감 있고 매우 정교하며, 평화롭고 풍성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먹은 음식이나 과일과 술잔을 탁자 한 쪽에 위치하도록 배치하여 간결하면서도 우아한 식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 높은 관점에서 바라보고 묘사함으로써 마치 식탁에 많은 것들이 있는 것처럼, 풍성하게 보여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 클레즈의 초상화 ⓒ Don Kurtz 

   그러나 식사로 준비된, 식탁에 놓인 음식들의 양이 무척 많아 보입니다. 미처 다 먹지 못한 음식을 관객에게 보임으로써, 은연 중에 인생무상을 느끼도록 표현했던 것입니다.

   아래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클레즈는 이런 구도에서 색감을 줄여 화면이 어둡도록 작업하였습니다. 특히 색조관계에 주의하여 거의 단색물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명암의 이런 색조미가 현대의 풍경화를 발생시켰습니다. 클레즈는 1617년부터 정착하여 활동하였던 이 곳 할렘(Harrlem)에 정물화학교를 설립하여 교육에도 전념하였으며, 그 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던 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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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이 있는 정물화, 아침 식사 (Still Life with Fish, Breakfast-piece), 1646, Oil on wood, Pushkin Museum, Moscow, Russia
ⓒ Pieter Claes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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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 파이가 있는 정물화(Still Life with Turkey Pie), Oil on wood, Rijksmuseum, Amsterdam, Holland
ⓒ Pieter Claesz



   헤다에 대한 자료는 클레즈보다도 알려진 게 더 많지 않습니다. 그는 클레즈보다 3년 먼저인, 1957년에 네덜란드의 할렘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그림에 있어서는 클레즈보다 14년 후인, 1631년에 할렘에 정착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남은 생애동안 그 곳에서 생활하였습니다.

    빛의 성질과 질감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헤다의 그림

  활동 초기에는 인물 습작을 많이 그렸으나, 후기에는 정물화에 몰두하였습니다. 그래서 후세에 남겨져 알려진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아래의 그림처럼 식탁 위에 놓여진 물잔이나 컵, 주전자, 접시, 빵이나 과일, 또는 식탁보와 같은 정물화입니다.

   클레즈와 함께 할렘에서 만나 활동했던 헤다가 "아침식탁"과 그 정경, 그 풍습을 가장 실감나게 표현했던 화가입니다. 실제로 헤다는 단색의 물감을 사용하여 빛의 미묘한 처리에 능숙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또한 식탁에 드리운 가장 기본적인 옷감만을 연출하여 아주 차분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는 식탁에 드리우는 빛과 그 빛이 물체에 반사되는 다양한 성질과 생생한 질감을 잘 이용하였으며, 매끄럽고 반질거리는 각 물체의 표면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해낸 대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아래 소개한 그의 유명한 정물그림 두 점은, 어두운 명도의 색채로 통일하였습니다. 그럼으로써 식탁에 앉은 독자(관객)에게 마치 잘 정돈된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렇게 헤다는 식탁 위 정물들의 명암과 농담을 아주 편안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전체적으로 세세하면서도 섬세한 마무리를 통하여 작가의 예술성과 빛의 마술을 보여주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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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Still Life), Oil on panel, 1634, Rijksmuseum, Amsterdam, Holland
ⓒ Willem Claesz Heda



금장식의 컵이 있는 정물(Still Life), Oil on panel, 1635, Rijksmuseum, Amsterdam, Holland
ⓒ Willem Claesz Heda



  이상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위 두 화가의 네 그림은 마치 한 사람이 그린 것처럼 유사한 점이 매우 많습니다. 특히 소재나 내용의 구성에 있어서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그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합니다.

   단색의 어두운 물감을 사용한 것도 두 화가의 그림이 닮아보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네 그림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 사진을 보고 있는 듯 사실적입니다. 사실보다도 더 사실적이어서 독자로 하여금,그림 속 오렌지나 굴, 빵 등에 자꾸만 손이 먼저 가 만져보고 싶어지게 만듭니다.

    사진보다 더 실감나고, 전율을 느낄만큼 생생한 아침 식탁

  그런데 전체적으로 크게 살펴보면, 클레즈의 위 두 그림은 헤다보다는 더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였으며, 사물의 질감을 부드럽고 은은하게 표현함으로써 여성적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탁이 평화롭고 더 풍성하게 보이며. 이는 감상하는 독자로 하여금 은연 중에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게 하는 주요인입니다.

  반면, 헤다의 아래 두 그림은 갈색 계통의 어두운 색상에 전체적으로도 비슷한 색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묘한 차이지만, 빛의 질감을 더 세분화하여 종이의 글자까지 읽을 수 있을 만큼, 세밀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헤다는 사선으로 비추는 직선의 강한 빛과 반사된 부드러운 빛의 성질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상의 매끄러운 질감과 표면의 색감, 천 조각의 섬세한 명암까지 자연스럽게 묘사하였습니다.

   지금까지 400년 전의 사실주의 화가 클레즈와 헤다의 그림 네 점을 감상하였습니다. 이 두 화가 덕분에 독특한 소재의 식탁그림을 서로 비교,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맛보았을 것입니다.

   정물 그림에 대한 감동을 선물한 위 두 화가는 지금도 할렘에서 정물화의 전설이 되어 살아있습니다. 그 전설이 곧 부활하여 오늘날 우리에게도 따듯한 식탁으로 선물한 것입니다.

   오늘 만난 이 아침 식탁으로 벌써 든든하여져서, 마음이 먼저 행복한 하루를 맞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이 곳에서 함께한 독자분들은 모두, 올 한해 동안 아침식사는 꼭 챙겨드시고 건강한 2008년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초하(初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