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하뮤지엄.넷 chohamuseum.net





    한 해, 두 해 나이를 먹고 하루하루 인생의 깊이가 더해질수록, 더 알쏭달쏭한 것이 바로
'인생'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자(孔子)처럼 이립(而立, 30세)이 되면, 자신을 독립의 인생으로 바로 세워놓을 수 있을가요. 또는 불혹(不惑, 40세)의 나이가 되면, 세상의 모든 일에 미혹(迷惑)되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당당한 인생을 살 수 있을가요.

     모르는 인생, 조금은 가볍게 살아도 될 인생

   생각해 보면, 항상 무겁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인생'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 보게 만드는 이야기가 있어 오늘 소개하고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이 글은 시인이자, 화가요, 현재 목사로 활동 중인 배명식이 쓴 "마음에 감동을 주는 이야기(미래문화사, 2002)"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그는 광주에서 출생하여 총신대학신학대학원, 미국 트리니티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였고, 현재 예술, 문화 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 밀레(Jean Francois Millet, 프랑스, 1814-1875), 민들레(Dandelions), 1867-8, 개인소장(Private Collection)


   어느 화창한 봄 날, 할아버지께서 일곱 살 난 손자를 불렀습니다.

     "큰할아버지 댁에 다녀오너라."

   라고 말씀하시며, 심부름을 보냈습니다.

   일곱 살 아이는 심부름을 가는 길에, 풍선 장수가 예쁜 풍선을 팔고 있는 것을 한참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다시 길을 가다가 동네 친구를 만나 같이 구슬치기를 하며 재미있게 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쯤 지난 후 아이는 다시 길을 갔습니다. 어이없게도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으며, 무릎이 깨졌습니다. 아이는 피를 쓱-- 닦고 조금 쉬었다가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해질녘이 다 되어서야, 큰할아버지 댁에 도착했습니다. 큰할아버지는 아이를 보고 반가운 듯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네가 이렇게 먼 길을 어떻게 혼자서 왔니?”

     “할아버지 심부름을 왔어요.”

     “그래, 무슨 심부름이니?”

     “......”

     어떻게 된 일인지, 아이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자기가 무슨 심부름으로 큰할아버지 댁에까지 왔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를 않았습니다. 먼 길을 오는 사이, 딴 곳에 정신이 팔려 그만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이내 울상이 되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큰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의 어깨를 다독거려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나도 너보다 더 먼길을 걸어 왔는데도 왜 여기까지 왔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모르고 있단다. 먼 길을 분명 왔는데, 왜 왔는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란다. 하하하.”


   먼 길을 걷고 달려 여기까지 왔는데, 정확하게 모르는 것이 인생이라고 하십니다. 정확한 인생이란 없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우리들의 인생을 조금은 가볍게 살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오늘 단 하루만이라도 가볍게 살아도 되지 않겠습니까?

   요즘의 봄 날처럼, 인생이 나른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속절 없이 허무하고 나의 걸어온 인생이 무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넘어졌던 창피한 기억도 있고, 갖은 시련에 몸과 마음이 다 아물지 않을 상처를 받기도 했고,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했지만, 오늘 하루 쯤은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 가짐만이라도 조금은 가볍게 가져보는 것은 어떨가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초하(初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