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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종일 키 낮은 하늘에 한반도 전국이 비까지 내리는 우울한 하루였습니다. 나라에 연이은 사망 소식이 끊이질 않으니, 덩달아 암담하고 침울한 기분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와 고속버스 교통 사고, 그리고 둘의 운명도 닮아 있는 최진영의 자살 소식에 하늘도 놀라고 슬펐던가 봅니다.

   "내가 만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었다면..."

   오늘 소개하고 함께 나눌 이 디킨슨의 싯구(詩句)처럼, '내가 만일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이렇게 가슴 아프고 내 지난 인생을 헛되이 산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지금 기분과 마음처럼, 꼭 인생을 헛되이 산 것처럼, 허망하고 우울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제가 만일... 내년 이 맘 때가 되어도, 또 시간이 더 흘러 40대가 훌쩍 넘은 뒤에도 이렇게 누리방을 꾸려가고 계속 글을 쓸 수 있을가요. 과연 언제까지나 이 고독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자신은 없지만 먼 훗날까지도 이런 나눔과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면, 그건 아마도 디킨슨의 아래 싯구와 같은 이유에서일 것입니다.

   이 누리방을 통하여 저를 비롯한 단 한 사람의 가슴앓이와 슬픔, 고통을 함께 나누거나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또 여느 지친 영혼이 이 곳에 잠시 머물러 쉬었다가 다시 자신의 둥지와 생활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이 작은 누리방에 글을 쓰고 마음과 생각을 나누는 이 소소한 작업을 계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유리컵에 꽂힌 아몬드 꽃(Blossoming Almond Branch in a Glass), 1888, Van Gogh Museum, Netherlands


   이 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시인 에밀리 디킨슨(Emily Elizabeth Dickinson, 미국, 1830-1886)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약력은 한국브리태니커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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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책으로 "평설 미국문학사(백낙승 지음, 대학출판사, 1997, p. 210-213)"와 "자연과 사랑과 고독과 삶, (E. 디킨슨, 오용수 역, 명지사, 1990)"의 내용을 참고하여 정리하였으므로 감상과 이해에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미국의 서정 시인이자 신비주의자로 불렸던 디킨슨은 1830년, 청교도 가정에서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추, 뉴잉글랜드(New England) 지방의 대학촌인 애머스트(Amherst)에서 3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애머스트 대학(Amherst College)의 창립자였고, 아버지는 명망 있는 변호사로 대학에서 회계일을 보았으며, 어머니는 가족과 남매를 위해서 산 조용한 내조자였습니다.

   그녀는 애머스트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1847년 마운트 홀리요크(Mount Holyoke) 대학에 입학하였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중퇴하였으며, 시 쓰기 작업에 전념하며 평생을 독신으로 지냈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사무실에서 법률 서기로 일하던 뉴튼(Benjamin F. Newton)에게서 비공식적인 교육을 받았으며, 뉴튼이 그녀를 도와 폭 넓은 독서로 시인이 되게 하였습니다.

   1855년에는 칼뱅주의(Calvinism)정통주의(Legitimism)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특히 1862년 이후 그녀가 남몰래 시 창작에 몰두하면서 그녀의 칩거 생활은 더욱 철저해졌는데, 1886년 55세로 사망하는 날까지 평생 고향을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었으며, 이러한 생활을 고집한 그 직접적인 동기는 구체적으로 알려지 있지 않습니다. 또한 살아 생전에 시를 공개적으로 출판하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00편이나 되는 디킨슨의 시들이 전해지는데, 정확하게 1775편 중에서 7편만이 살아있는 동안에 발표되었습니다. 디킨슨은 자연과 사랑 외에도 청교도주의를 배경으로 한 죽음과 영원 등의 주제를 많이 다루었습니다. 거의 2000편에 달하는 많은 시를 썼는데, 주로 사랑, 죽음, 이별, 영혼, 천국 등을 소재로 한 명상시가 대부분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천재적인 시인들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힙니다.

   1886년 디킨슨이 죽은 뒤, 1890년에서 1896년 사이에 여동생 라비니아(Lavinia Nocross Dickinson)가 에밀리의 시를 모아 시집을 출판합니다. 이로 인하여 디킨슨의 천재성이 널리 인정받게 됩니다. 출판된 디킨슨의 시들은 특이한 시인으로 만들었으며, 다시 1914년에 나온 시 전집은 그녀를 19세기의 주요 시인으로 주목받게 하는 한편, 기존의 시 형식에 반발하던 당시의 젊은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디킨슨의 시는 19세기 낭만파의 시풍보다도 17세기의 형이상학파(metaphysical poet, )의 시풍에 가까웠습니다. 19세기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20세기에 들어와서 이미지즘(imagism)이나 형이상학적인 시의 유행과 더불어 높이 평가받게 됩니다. 1855년 하버드대학에서 "전시집(集, 3권)"이 발간되었고, 1858년에 "전서간집(集, 3권)"이 간행되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만약 내가......... >  ㅡ  에밀리 디킨슨

                                  만약 내가 한 사람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만약 내가 누군가의 아픔을
                                 쓰다듬어 줄 수 있다면
                                 혹은 고통 하나를 가라앉힐 수 있다면
                                 혹은 기진맥진 지친 한 마리 울새를
                                 둥지로 되돌아가게 할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은 아니리.


                                             < If  I can........ >  ㅡ Emily Dickinson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
                                             or help one fainting robin
                                             onto his nest,
                                             I shall not live in vain.



   이처럼, 오늘 디킨슨의 이 시는 자신을 돌아보는 내용입니다. 또한 주변과 이웃의 아픔을 돌아보라는 충고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굴레에서 살아가는 힘겨운 자신을 토닥이고 위로하는 멋진 시입니다. 누군가의 가슴앓이를 멈추게 하고, 또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위로하고 그의 둥지로 되돌아가게 했다면, 헛되이 산 것은 아니라고 용기를 북돋아 줍니다. 

   이렇듯 에밀리 디킨슨의 여린 마음과 인생을 가늠해 보게 만드는 시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그녀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나의 삼촌 에밀리"라는 창작 동화 책도 발간, 우리나라에도 전해지고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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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작가 제인 욜런(Jane Yolen)이 쓰고, 낸시 카펜터(Nancy Carpenter)가 그림을 그렸으며, 최인자가 옮긴 책입니다. 앞 표지 사진은 조카와 여인이 그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창작 동화의 내용은, 제목처럼 로버트라는 조카가 가족들의 농담에서 시작된 에밀리 디킨슨을 삼촌으로 부르면서 시작된 일상을 동화로 소개합니다.

   삼촌은 조카에게 시의 영감을 온 몸으로 느끼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문장은 가히 최고라 할 만큼 시적이고 아름다우며, 이 책의 그림 또한 섬세하고 선명하게 당시의 분위기와 친밀한 가족의 모습을 펜화로 그려 잘 전달합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시적 감성을 일깨우고 시를 짓는 활동에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유용한 책으로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내일도 오늘과 다름 없이 비소식이 예고되어 있습니다. 벌써 3월도 다람쥐 꼬리 만큼 아주 쪼금 남았습니다. 속절 없는 안타까움이 더 큰 이유가 뭘가요.  고개 돌려 옆 친구의 가슴앓이를 좀 돌아보면 어떨가요. 기진맥진해 이웃지기님들의 고통과 아픔도 좀 돌아보고 쓰다듬어 주시면 어떨가요.

   몇 시간 남지 않은 3월도 마무리 잘하시구요, 곧 다가 올 봄의 중심, 4월도 준비해보시길 바랍니다.  위 디킨슨의 싯구처럼 당장은 초조할지 몰라도 조금은 더 멀리 내다보는 연습도 해보시면서
여유로운 아침 맞으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기쁨과 미소 가득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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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