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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땅이름'에 관한
첫 글에서 영등포구 문래동(文來洞)과 '영등포(永登浦)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 살펴본 적이 있니다. 예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는 댓글을 많이 주셔서 저 역시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땅 이름들의 역사와 유래를 살펴 보면 재미있는 사연들도 많지만, 생각보다 슬프고
가슴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도 하여 많은 생각과 함께 책임 의식을 통감하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안성(安城) 맞춤'에 관한 이 글은 박갑천의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에도 소개된 내용입니다. 위키백과의 관련 내용과 '표준국어대사전', "김지형의 국어마당", "국립 국어원", 그리고 "우리말 사랑 누리집" 글을 참고, 종합하여 정리한 것이므로, 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참조하길 바랍니다. 재미있는 주제들이 많이 있으므로, 직접 찾아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안성시는 행정구역으로 보면, 경기도 남부에 위치해 있는 도시입니다. 동쪽은 이천시, 서쪽은 평택시, 남쪽은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충청북도 음성군진천군이, 북쪽은 용인시와 마주보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최남단에 위치하며, 면적 554.19㎢, 인구 14만 2,799명(2001.12)의 중소도시입니다. 1914년양성군(陽城郡), 죽산군(竹山郡)을 병합하여 12면으로 개편하였으며, 1937년 안성면을 안성읍으로 승격하였습니다. 

     안성에서 유래한 안성맞춤의 유기 역사 ?

   안성은, 전국 제일의 '안성 남사당'과 '안성장', 천주교 성지로 김대건 신부가 안장되어 있는 '미리내성지'와 '죽산성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제 곧 다가 오는 4월 말이면, 들판과 산골 구석구석을 뒤덮는 새하얀 배꽃 물결이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자랑거리는 이 지역의 특산품인 ‘유기(鍮器)(놋그릇)'입니다.




   안성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유기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하나는 서민들이 사용하는 그릇으로 ‘장내기’라고 했으며, 다른 하나는 관청이나 양반가의 주문을 받아 특별히 품질과 모양을 정성들여 만들어 ‘모춤(맞춤)’이라고 합니다. 특히 안성 유기가 다른 지방의 것보다 유명한 까닭은 서울 양반가들의 그릇을 도맡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안성 유기그릇은 제작 기법이 정교해 당시 양반들이 선호하던 작고 아담한 그릇을 만드는데 적합했을 뿐만 아니라, 합금 기술이 뛰어나 견고하고 광채도 우수했습니다. 이렇게 장인정신과 뛰어난 솜씨로 정성껏 만들어 품질이나 모양, 윤기 등 기교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에 꼭 들었기 때문에 여기서 안성유기를 대표하는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전해집니다.

   우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에 의하면, '유기'란 요구하거나 생각한 대로 잘된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경기도 안성에 유기를 주문하여 맞추면, 잘 들어맞는다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유기'의 어원설은 일반적으로 "민간 어원설"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민간 어원설'로 볼 때,
이렇듯 경기도(京畿道)의 안성(安城) 고을은, 옛날부터 유기(鍮器) 생산 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삿갓이나 종이로도 유명하였지만 특히 유기로 알려져 왔고, 이것을 맞춤으로 할 때는 참으로 일품이었으므로, 거기에서 생겨난 말이 "안성맞춤"이라고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다른 말이 그러하듯, "안성맞춤"이라는 말에다가 안성이라는 고을 이름을 갖다붙인 민간 어원론이라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라도(全羅道)의 담양은 죽물(潭陽竹物)로 유명하며, 황해도(黃海道)의 안악(安岳)이라는 고을 이름에서 "아낙 군수"라는 말이 빗대어지고, 행주산성(幸州山城)의 싸움에서 "행주치마"라는 말이 관련된 듯 말하여지고 있지만, 사실은 그 땅이름과는 관련이 없는 말들입니다.

   또 한가지, 옛날에 황해도 북서 쪽에 있는 안악군(安岳郡)으로 새 군수가 부임해 갔는데, 어린 임금에 대한 대비(大妃)의 수렴청정(垂簾聽政)처럼, 공처가였던 이 군수는 주렴 건너에 앉아 지시하는 아내의 말을 듣고 공사를 처결했다고 합니다. 이에서 늘 안방에만 박혀 사는 사내나 아내한테 쥐어 사는 사내를 "아낙 군수"라 한다는데, 소리와 발음이 같을 뿐, 이 역시 '안악' 고을과 관계 있는 말은 아닙니다.

   여기서 잠깐 "아낙"에 대해 살펴본다면, "안"에 "뜰악→뜨락"과 같은 의미의 단음에 뒷가지 말인 "악"이 붙은 형태(안+악 --> 안악 --> 아낙)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아낙"이란 말은 부녀자가 거처하는 곳을 이르는데, 이에서 출발한 "아낙네"라는 낱말은 '부녀자 일반'을 가리키면서 쓰여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안악군"과 쉽게 관련지어 버릴 수만은 없는 것은, 우리 사람들의 말버릇을 살펴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아낙" 바로 다음에 "군수"가 붙어 있기 때문에 "안악"과 "군수"를 연관지어 생각했으나, 반드시 "아낙 군수"뿐 아니라 관직명(官職名) 같은 것을 끝에 붙여서 어떠어떠한 특징의 사람임을 나타내었던 우리말은 사실 많습니다. 

   이런 말들에서처럼, 우리가 일반적으로 ''안성맞춤''을 "안성" 땅의 특산물과 특별한 기술과 관련시켜 생각하고 있고, 또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글을 정리하는 저도 그렇게 철썩같이 믿고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원설로 그 우리말 뿌리를 생각하는 것은 어학적으로는 무리가 있습니다.


   ▲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삼나무 울타리가 있는 꽃 만발한 과수원(Orchard in Blossom, Bordered by Cypresses), Oil on Canvas, Arles, April, 1888, Kröller-Müller Museum, Otterlo, The Netherlands, Europe


   이로써 '안성맞춤'에 대한 민간 어원설의 맹점과 그 진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안성맞춤이라는 말이 유기를 만드는 섬세한 기술과 관련이 있든, 없든, 앞으로도 '안성'하면 '맞춤'이 함께 떠오를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안성은 조선시대의 전국 3대 장(場)으로 알려져 있으며 2, 7일에 장이 서는 '안성장'을 비롯해 '칠장사'와 '청룡사', '석남사'와 같은 오래된 천년 고찰로도 유명합니다. 조병화 시인의 생가인 '조병화 문학관'과 혜산 박두진 시비를 비롯해 전위예술가 홍신자의 '죽산국제예술제', 안성예술축제 등 문화예술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안성 쌀밥을 비롯하여 쫄깃하고 고소한 안성 한우는 안성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국내 최고의 풍물놀이와 전통무용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이제 곧 시작될 배꽃 축제에 맞추어 가까운 곳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워보시면 어떨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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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