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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모두 아시지요? 정확한 날짜로는 5월 15일(목요일)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고민하면서 관심갖고 준비했을 "스승의 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이 오월 십오일이 스승의 날이 되었는지도 아시나요? 오늘 5월 15일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탄생일이기도 하며, 우여곡절 끝에 1965년에 오늘을 스승의 날로 제정했다고 합니다.(저도 이번에서야 새롭게 안 사실입니다. ^^*)


   일년 내내 거의 한 두 통화의 전화로도 제대로 안부조차 전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이 때 즈음이 되면 그립고 더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마음이 더  바쁜 오월이지만, "스승의 날"을 맞고 보니, 그리운 사람들이 더 어른거립니다.   

   저에게도 그런 몇 분 가운데 한 분이 계신데, 오늘 바로 소개하려 하며, 대전에 살고 계신 스승님이십니다. 지난 토요일에 결혼식 주례 설 일이 있어서 김포공항에 올라오셨다며 안부를 전해주셨습니다. 뵙지 못한 서운함이 내내 아쉬움으로 맴돕니다.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누에넨의 교회,
       1884년 10월, 누에넨, 오일 캔버스, Amsterdam, Van Gogh Museum, Netherlands


  전화로나마 인사치레도 못하고 산다며 늘 타박을 하시던, 어릴 적 한 선생님의 음성이 요 며칠 전부터 귓가를 맴 돌았습니다. 대전으로 전화번호를 누르자, 한 번의 따르릉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여보세요” 하는 낮고도 조용한 음성이 먼저 저를 맞이합니다. 이제 “너가 사람이 되었나 보다” 라며 무안을 주시는 꾸짖음이 전화를 기다렸다는 반가움으로 들려 오히려 감사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연례 인사를 간단히 전화로 대신하려고만 했는데, 토요일 하루는 설교 준비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통화하기 좋다는 너그러우신 배려의 말씀에 영화처럼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5-6학년 즈음으로 기억되는 초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들었던 선생님의 설교가 필름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8절에 있는 “범사에 감사하라” 는 제목의 말씀입니다. 어린 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말씀이었기 때문인지, 선생님 자신의 경험담을 예화로 재미있게 설명해 주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날 아침, 자전거를 타고 교회로 오는 길에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는데, 그 순간 옷이 더렵혀질 것과 다칠 것이 염려되어 “에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하는 불평이 먼저 생겼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전거는 나동그라졌고 선생님은 튕겨져 나가 굴렀는데,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커다란 돌덩이가 바로 머리 밑으로 1 cm 정도 아래에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그러자 그 순간에는 “아이구 머니나, 참 다행이다....” 하는 감사의 말이 자신도 모르게 튀어 나오더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좋은 일이 생겼을 때뿐만이 아니라, 갑작스런 불행이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에라도, 항상 언제나 늘 순간순간의 모든 일에 감사해야 한다는 결론의 짧고 재미있는 실화의 말씀이었습니다.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 오베르의 교회,
           1890년 6월, 오베르, Oil on canvas, Paris Musee d'Orsay, France


  대강의 제 이야기를 듣고도 선생님은 잘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며 멋쩍어 하셨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모태 신앙으로 태어난 제 영혼과 뇌리에 맨 처음으로 꽂힌 신의 음성이었고, 성장하고 생활하면서도 기억에서 쉬이 잊혀지지 않는 설교였으며, 세월과 함께 신앙이 자라갈수록 더 더욱 말씀을 갈급하게 만들었던 영적 체험이기도 했습니다. 

   나의 이러한 고백에 허~허 소리 내어 웃으시며 내일의 설교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말씀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창세기 35장 1절에 있는, 야곱에 관한 이야기로, “벧엘로 올라가라”는 제목의 말씀을 준비 중이라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설교자가 범하는 어리석음 가운데 하나가 예배하는 자들에게 지나치게 자세한 내용의 말씀을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자책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설교자는 예배하는 회중이 들을 수 있는 적절한 창(통로)을 열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자문으로 깨우침을 하나 더해 주셨습니다.
 

   이래저래 통화가 길어지고 있었습니다. 성탄 인사와 함께 서둘러 전화를 끊었지만, 야곱에 관한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여 어느새 성경의 창세기를 따라 읽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리브가의 도움으로 아버지 이삭의 축복기도를 받은 후, 야곱이 형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에게로 도망하여 가던 도중, 돌베개를 베고 잠이 든 채 하늘로 연결된 사닥다리 꼭대기에 서서 축복하시는 하나님을 만났던 땅, 벧엘("야곱이 하나님의 전이요, 하늘의 문이로다"하고 고백한)에 제단을 쌓고 기름을 부어 신을 정결케 하였다는 내용입니다.
 

   20년 동안을 삼촌 밑에서 일한 댓가로 그의 두 딸 레아, 라헬과 결혼하였으며, 얼룩얼룩한 것과 점이 있고 아롱진 양떼들, 노비, 약대 등 모든 짐승과 소유물, 그리고 자식들과 아내들을 데리고 조상의 땅, 가나안으로 다시 돌아와 에서와 화해했던 야곱의 도전적인 축복이 부럽게 다가왔습니다.


  지금 이 한 주간에도 스승님은 오는 일요일 예배의 말씀을 위해 기도하며 이모저모 준비하고 계실 것입니다. 멀리서 그 설교를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마음에서는 이미 매주 하실 선생님의 말씀이 기대가 되고 애틋한 그리움으로 쌓여갑니다. 새삼스럽게도 창원에 있는 그 교회의 회중들과 예배자들이 부러워졌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인연이 된 스승님의 설교를 내가 살아 있는 한은, 내내 늘- 그리워하며 살게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내내 아주 어릴 적 이런 인연과 말씀으로 찾아오신 신께, 그리고 적잖은 가르침을 주심으로 내 영혼의 지침이 되고 있는 스승님께 늘- 감사를 드리며 살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는 여유롭게 만나 잔잔한 삶의 이야기들과 더불어 속내를 풀어놓을 수 있을 날을 그려봅니다. 이러한 내 영혼의 스승님이 존재하고, 살아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날입니다. 더불어 그런 스승님으로 인하여, 고흐의 영혼을 담은 "교회 관련 그림", 2 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되어 행복한 날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초하(初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