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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리꾼들 가운데에는 "사진"을 좋아하거나 전공한 독자들도 많을 것입니다. 또는 사진 찍기를 좋아하여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일상의 순간을 담아두거나 그 이미지나 기록을 블로그에 활용하는 사례도 종종 보곤 합니다. 

   저도 취미로 시작하여 점차 관심이 많아지면서 특별히 더 선호하는 사진작품들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 프랑스, 1908~2004)"과  "로버트 카파(Robert Capa, 헝가리, 1913-1954)",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 스위스, 1916 - 1954)" 등의 작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특히 더 좋아합니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담은 정감어린 작품사진들

   그 이유는 그들 모두 처절한 삶의 현장 속에 숨겨진 아름답고 고귀한 "인간의 모습과 내면"을 사진이란 매체를 통하여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소개하고 함께 감상할 작품들도 그런 모습을 담고 있는 비숍의 대표적인 기록, 10점입니다.

   
그의 아래 작품들을 감상하다 보면, 고달픈 삶 가운데서도 아름답게 살아가는 우리네 일상과 희망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의 화려한 풍경이 아니라 차분하고 매력적인 정경을 그 만의 독특한 시각으로 담아낸 다른 작품들도 준비하고 있으므로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비숍의 옆 초상과 약력, 사진작품과 그에 대한 설명은 "사진의 세계역사(A World History of Photography)"란 책과 "비숍의 누리집", 그리고 "매그넘 포토(Magnumphotos)"에서 도움받아 실었고, 번역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접 찾아가셔서 더 많은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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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숍은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지의 피난민들과 인도, 심지어 1950년대 우리 대한민국의 부산, 최전선의 상장리 마을 등 같은 세계의 전쟁터를 누비며 생생한 현장과 인간의 깊은 내면을 담아냈으며, 따듯하고 호소력 짙은 사진을 보도한 평화주의자이자 종군기자로도 잘 알려진 사진작가입니다. 1949년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포도(Magnum Photos, 세계대전과 9. 11 사태를 비롯하여 세계의 사건들을 보도하는 사진가들의 모임)"에도 가입하여 활동하였습니다.

      ▲ 1951년 인도(INDIA)에서 무스브루거(Bernard MOOSBRUGGER)가 찍은 비숍의 모습
      ⓒ 2008 Werner Bischof


     비숍은 스위스의 쮜리히(Zürich)에서 태어나 1932-1936년까지 그 곳에서 예술과 기술공부도 했으며, 1942년 광고사진 작업실을 열어 활동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합니다. 1945년에,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지의 피난민을 취재하였고, 유럽의 그 전쟁참상을 보도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1948년에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폴란드,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를 여행하며 취재한 작품들이 "라이프(LIFE)" 잡지에 실리면서 대호평을 받았습니다.

     38세라는 젊은 나이로 사진에 대한 열정을 거두어야 했던 예술가, 비숍

   멕시코를 취재하고 칠레를 거쳐 페루를 여행하던 가운데 1954년 5월 16일, 안데스의 한 낭떠러지로 추락하면서 불행하게도 큰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치료 받던 가운데 며칠 후인 5월 24일, 마침내 그의 나이 겨우 38세에 사망하였으며, 그의 사진에 대한 젊은 열정과 희망, 삶에 대한 따듯하고 아름다운 시각을 닫고 말았던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흑백사진으로 표현된 비숍의 예술적 재능은 정평이 나 있는데, 사건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 내면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노력하였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조형적인 바탕 위에 국제적인 감각과 시인적인 감정이 고도로 융합되어 있다는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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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IA. 1951, May, Town of Jamshedpur ⓒ 2008 Werner Bischof


   1951년 5월 인도 잠쉐드푸(INDIA, Jamshedpur)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타타 철제가구와 철강회사에 고용되어 아침에 일하러 가는 세 여인들의 모습과 자태를 담고 있습니다.

  이 공업단지는 1907년에 타타(Jamshedji Nassarwanyi TATA)가 세운 것이며, 해를 거듭하면서 직물과 강철, 전력, 화학, 농기구, 기관차, 그리고 시멘트를 생산하는 거대한 복합단지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타타는 인도에서 기술교육과 과학 연구능력을 보유한 가장 큰 사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부가 설명이 없다하더라도, 물에 비친 거대한 공업단지와 뒷 배경의 모습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곳에서 품어 내고 있는 거대한 연기와 드높은 하늘을 배경삼아 일하러 가는 여인들의 옆모습과 걸음걸이에 활기가 넘쳐납니다.

    발걸음과 그 보폭도 가벼워 보이며 흔드는 팔에도 생기가 넘칩니다. 화면 아래의 넓은 도로에 난 그림자를 이끌고 태양을 마주보며 걸어가는 세 여인의 모습과 뒷배경의 살아움직이는 듯한 공장을 통하여 희망찬 미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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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NGARY, 1947, Budapest ⓒ 2008 Werner Bischof


   1947년에 찍은 이 작품은 아래 프랑스 루앙의 실직자들의 모습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뒷 배경이 되는 왼 쪽 위의 밝고 넓은 포장도로와는 달리 헝가리 부다페스트(HUNGARY, Budapest)의 한 거리 정경을 어두운 명암으로 담아낸 사진입니다.

   길 가의 포도(포장도로)를 안식처 삼아 졸고 있거나 쉬고 있는 고단한 실직자들의 모습과 기둥에 기대어 서서 내일을 고민하고 있는 노동자의 심지 굳은 일상을 함께 엿볼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사진기를 응시하고 있는 오른 쪽 맨 앞, 노동자의 눈 빛이 날카로우면서도 인생을 달관한 듯 고요해 보입니다. 고단한 노동 가운데서도 꿈과 목표를 부여잡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을 대변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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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CE, 1945, Seine Maritime department, City of Rouen ⓒ 2008 Werner Bischof


   1945년, 프랑스 북부 세느강 연안의 상업도시 루앙(FRANCE, Rouen)에 있는 해상무역국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새벽 미명으로 보이는 이른 시각, 철도역에서 많은 실직자들이 분주하게 일을 찾고 있는 모습입니다.

   안개낀 희뿌연 배경이 노동자들의 불확실한 내일을 연상케 합니다. 이는 지금의 우리 현실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마치 알 수 없는 나의 미래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 하얀 연기를 내뿜고 있는 열차가 화면 속에서 앞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희망을 안고 달려오는 듯 보이며, 삶 속에 던지는 꿈의 작은 씨앗으로 다가옵니다. 고개돌려 사진기를 응시하고 있는 왼 쪽 아래, 모자쓴 노동자의 눈동자와 눈빛이 뚜렷고 힘이 있어 굳은 의지와 삶에 대한 애착을 던져줍니다.

  그렇기에 실직자들의 표정을 담고 있는 위 두 작품에서 비숍의 인간에 대한 애착과 애정을 느낍니다. 더불어 우리네 다양한 인생이 더욱 아름답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노동자의 시선을 통한 인간에 대한 애착과 따듯한 시선, 미래에 대한 희망이 베어 있어 오래오래 가슴에 젖시게 하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기억에서조차 쉽게 지워지지 않는 작품들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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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IA, 1952, State of Tamilnadu. Town of Madras ⓒ 2008 Werner Bischof


   1952년 인도 타밀나두 주에 있는 마드라스(INDIA, Tamilnadu, Madras)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종교 행사가 다 끝난 뒤의 고요한 한 사원 앞에 누워 쉬고 있는 한 사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담아냈습니다.

   오늘의 작품 가운데 가장 멋진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정교하면서도 신들의 다양한 모습이 장식된 사원의 예술적인 벽면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사선으로 쏟아지는빛으로 인하여 잘 드러나 있습니다.

    빛의 명암과 그림자의 크기에 따라 매우 아름답고 감각적으로 보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박하면서도 고상한 그 벽면의 구조물 밑에는, 얇은 천을 뒤집어 쓰고 맨바닥에 모로 누워있는 한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가난해보이기(Beggar)도 하고 수도자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사람의 모습은 시체인 양 싸늘하게 느껴집니다.

   매우 정밀한 예술적인 작품으로 보이는 뒷 배경은 화면의 80%를 차지할 만큼 크고 거대하게 배치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단순한 그림자 하나 정도로 보이는 아래 주인공의 크기는 매우 극단적일 만큼 작고 대조적입니다. 우리 인생과 삶의 무게를 설명하는 듯 보이며, 내 삶의 단면을 보는 듯 숙연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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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MANIA, 1947, Village of Homorod ⓒ 2008 Werner Bischof


   1947년, 루마니아 호모로드(ROMANIA, Homorod)란 마을에서 구걸하는 사람을 찍은 사진입니다. 오고가거나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사람들과 바쁜 발자국들 사이에서 궁색한 주인공은 혼자만 시간을 정지시켜 놓은 채, 거리 한 가운데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입니다.

  거지의 행색은 누추하고 초췌하며 궁색하고 고달픈 모습입니다. 이 남자 주인공을 사진 중앙에 아주 작게 배치하였습니다. 반면에 화면의 전방 양쪽에 크고 건장한 두 남자의 어깨와 후방 뒷 배경으로 행인의 묵직하고 건강한 다리를 대치시켰습니다.

   이렇게 대조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폐나 음식으로 보이는 작은 무언가를 들고 있는 남자의 초라한 얼굴은 앞 모습을 아주 작게 잡았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건장한 행인들은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아주 크게 배치함으로써 무심한 일상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위 두 구걸하는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주변의 고통에 무심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초라하고 고달픈 우리네 인생을 떠올리게도 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위 사람들의 이런 고통스런 모습과 주변의 바쁜 일상, 그리고 사원의 아름다운 벽면장식에서 다양한 인생과 각기 다른 우리네 일상을 엿보는 듯 합니다. 먼 훗 날의 내 인생이나 뒤안길을 생각해보게 하며, 우리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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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IA. 1951, Bengal region. The port of Calcutta ⓒ 2008 Werner Bischof


   1951년 봄 어느 날, 인도 북동부 벵골(INDIA. Bengal)주의 항구 도시, 캘커타(Calcutta)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방금 쏟아놓은 이 곡물들은 기아에 굶주린 지역을 돕기 위해 자루에 담아 나눠서 다시 다른 교외의 시골로 보내며, 그 작업 과정과 정경을 포착해냈습니다.

   1952년 비하(Bihar) 지방은 홍수의 범람이나 가뭄으로 인한 기아 문제로 심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구 소련의 사회주의연방(USSR)이 5만톤의 밀가루를 보낸 반면, 미국은 1억 3천 6백만 톤의 밀가루와 1억 9천만 달러의 융자금을 지원하였습니다.

  화면의 뒷 배경이 되는 위에서 쏟아지는 곡물을 창고 안에서 자루에 나누어 담고 있는데, 빛을 역광으로 처리하여 열 명 정도의 건강한 청년들의 모습을 참 아름답게 보이게 합니다. 실루엣(silhouette)으로 처리된 인체의 곡선을 잘 드러내서 그들의 노동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뚜렷하게 보이진 않아도 일하는 젊은 이들의 표정이 담담하고 담백해 보입니다. 그리고 사선으로 반사되어 들어오는 부드러운 햇살이 창고의 큰 문 안을 미약하나마 잔잔하게 비춥니다. 그들의 어두운 현실과 빛의 들어오는 희망을 대조시켜 잘 표현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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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PAN. 1951, Tokyo ⓒ 2008 Werner Bischof


   1951년 일본 도쿄(JAPAN, Tokyo)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한 일간신문사인 빅데일리(big daily)라는 관공서 건물 밖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어려운 한 노동자가 하루를 마감하며 세상 소식을 보고 정리하는 절차의 한 일상으로 보입니다.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이나 작은 키와 짧은 머리, 목에 두른 수건과 남루한 옷차림, 그리고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란 바구니로 보아 그의 고달픈 일상을 짐작코도 남습니다.

   한 노동자의 상반신을 앞 쪽 중앙에 큰 실루엣으로 배치하였습니다. 그러나 벽보 신문 앞에 집중하고 서있는 남자를 부드러운 그림자로 어둡게 처리하여 감상하는 독자의 시각을 밝은 뒷 배경으로 분산시켜줍니다. 이로써 관객의 시선을 부담없는 감상을 오래토록 잡아두는 효과를 보고 있으며, 주인공의 일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밝은 벽보를 올려 바라보고 서 있는 주인공을 포함한 뒷 배경의 남자들의 굳은 시선에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습니다. 또한 벽보를 비추고 있는 밝은 빛의 근원을 중앙에 둠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을 다시 찾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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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G-KONG. 1952, Rickshaw man ⓒ 2008 Werner Bischof


   1952년, 비숍이 생을 달리하기 2년 전에 찍은 사진입니다. 홍콩(HONG-KONG)에서 인력거를 끄는 한 남자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포도의 바닥과 인력거꾼, 그리고 인력거가 번들거리는 빛의 산사로 보아 비오고 난 바로 다음이거나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는 거리 풍경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포도의 질감이 잘 드러나 있으며, 인력거를 끄는 자의 모자와 비옷, 맨손과 맨발, 그리고 인력거의 손잡이나 지붕, 바큇살까지 매우 선명하고 깨끗하게 담아냈습니다.

   그러므로 손님을 태운 인력거를 끌고 있는 남자는 비가래개 용으로 모자 하나만을 쓴 맨발의 간편한 차림임을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앞을 주시하는 눈매와 노동으로 다져진 종아리나 45도 정도 몸을 앞으로 기울여 비에 젖은 도로를 질주하는 힘찬 발걸음에서 생동감 넘치는 그의 삶을 충분히 공감하게 만듭니다.

   특히 물고인 포도 위에 비친 그림자와 그 도로의 뒷 배경은 흘러가는 것처럼 속도감 있게 표현하였으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비젖은 인력거꾼의 모습은 마치 정지된 것처럼 순간을 포착하여 담아냈습니다. 그러므로 피사체인 주인공에게 운동성을 부여하였으며, 달리고 있는 힘찬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배경은 촛점을 흐리게 하여 시선을 무시하게 한 반면에, 피사체인 인력거꾼은 비옷에 그 빛이 반사되어 밝고 선명하면서도 강렬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는 배경에 대비하여 주인공을 강조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얻어낸 것입니다.

    이 사진은 인력거꾼의 모습을 통하여 인생의 어떤 역경과 고난도 맞서 이겨가는 인간의 희망찬 삶을 떠올리고 공감하게 만듭니다. 위 작품은 비숍이 사망하기 두 해 전에 찍은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시각적이고도 감각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네 인생을 투영해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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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DOCHINA. 1952, Barau, a Meo (or Hmong) village ⓒ 2008 Werner Bischof


   1952년 인도차이나 바로시의 미오(INDOCHINA, Barau, Meo)란 마을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시장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들의 뒷 모습을 역시 역광으로 포착하여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대각선을 강조한 곧은 철길과 그 옆 좁은 길, 그리고 그 사이의 작은 돌맹이들과 잡초들이 힘겨운 노동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반면에 그 직선을 따라 걸어가는 여인들의 자태와 몸이나 바구니의 실루엣이 만들어내는 그 곡선은 그 배경과는 다르게 부드럽습니다.

   이렇게 배경과 주인공의 모습을 대조시켜 묘사함으로써 피사체인 여인네의 고단한 일상과 힘겨운 삶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위의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주인공들은 배경이 되는 중앙의 밝은 끝 점을 향해 나아감으로써, 그들의 희망과 삶에 대한 의지를 암시합니다.

    맨 앞 왼 쪽 여인의 땀에 젖은 윗 저고리나 머리에 두른 수건들, 허리를 동여맨 여인들의 편리한 옷차림이나 맨발의 모습에서 그들의 힘겨운 노동과 고달픈 하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의 먹거리나 물건이 담겨 있을 큰 바구니를 이고 있는 뒷모습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포근한 온정이 묻어납니다.

   또한 한 손은 머리에 인 바구니를 올려잡고, 또 한 손은 철로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옆 집 아낙네와 함께 맞잡고 걸어가는 모습에서 그녀들의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몸은 무거울지라도 마음은 가벼운 듯 밝게 웃는 모습이 보입니다. 가족이나 이웃 가정사에 대한 얘기로 수다를 떠는 여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비숍은 이렇게 귀가하는 여인들의 뒷모습을 통하여, 힘겹고 소소하지만 따듯하고 정겨운 우리네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여인들의 꼿꼿한 뒷 모습과 활기찬 발걸음에서 밝은 미래와 희망을 보여주며, 다시 꿈을 꾸고 의지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고달픈 노동을 희망과 아름다움으로 승화해내다

  비숍의 작품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그의 초기 활동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주로 묘사하였습니다. 그러나 세계 각 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접하게 되면서 그의 관심은 현실적인 세계에 집중하게 됩니다.

   위 오늘의 작품들에서 감상하신 것처럼, 비숍의 시선은 민중의 생활 속을 깊이 파고 들어갑니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 애정과 고통의 삶 속에 숨어있는 내면적인 아름다움과 희망을 몸소 느끼고 함께 체험하면서 그 순간을 사진으로 포착해냈던 것입니다. 지면의 제한으로 여러 좋은 작품들을 더 나누지 못함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주관적인 그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느낌의 사진을 더 좋아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는 사진은 우리네 삶의 현장성과 사실성을 주관적인 느낌을 최소화하여 객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는 성격과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인간의 진솔한 삶과 어떤 한 순간에 내포되어 있는 희망과 아름다움을 함께 담아낼 수 있다는 사진의 장점 때문입니다. 또한 백 마디의 말보다도 더 호소력 짙은 우리네 삶의 애착과 표정을 포착하여 보고 듣고 함께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감상한 비숍의 인간적인 사진들은 특히 더 그렇습니다. 현재 그의 사진들을 모은 8권의 작품집이 이미 출간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베르너 비숍(Werner Bischof, Phaidon 출판사)"이란 제목으로 출간되어 있는 그의 사진집을 볼 수 있습니다. 위 비숍의 작품을 감상함으로써, 다시 또 인간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되새기고 있습니다.

  ** 관련 목록 :  "베르너 비숍의 세계 전쟁사진 9점"
                            "베르너 비숍, 홈페이지(Zone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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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