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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화나 종교와 관련한 그림을 감상하며 느끼는 좋은 점은, 그 그림을 통하여 시대와 시공을 초월하여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상상만 했던 그 당시의 상황 속을 여행하며 그림이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과 분위기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작가가 살던 100 여년도 훨씬 전인 그 당시의 배경과 꾸밈없는 상황을 확인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특히 성화를 바라보는 관객은 약 2000년도 훨씬 전인 그 때, 그 상황 안으로 들어가 주인공의 영혼과 대화하고 그 그림에 참여하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져볼 수도 있는 매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공감할 수 있는 종교 그림

    오늘 소개하고 함께 감상할 작품은  ''십자가에 못박혀 있는 예수의 모습''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종교 그림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고통스러운 예수의 모습과 비탄에 빠진 듯한 현장의 분위기를  이처럼 실감나게  표현한 그림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종류의 그림들 가운데 저 역시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좋아하며, 특별히 더 정이 가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오늘 그림의 작가인 에밀 놀데(Emil Nolde, 독일, 1867. 8. 7-1956. 4. 15)에 관한 간략한 소개는 "
Wikipedia"와 "Collection  Tate", "Mark Harden' Artchive", "The Bulfinch Guide to Art History(Shearer West 편집, Bulfinch Press, 1996) ", 그리고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과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를 참고하여 번역, 정리한
 것입니다. 감상에 참조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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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데는 20세기 초, 독일의 표현주의(Expressionism)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평가 받고 있으며, 판화가이자 수채화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가족들의 영향으로 종교에 열광하여 격정적인 종교화에 심취하기도 하였으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담은 풍경화가로도 유명합니다.

   자유분방한 공상, 대담한 구성, 불꽃처럼 타오르는 정감있는 색채를 특색으로 하는 그의 그림과 조형은  영혼과 광기(),  신앙의 이상적인 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놀데의 유채화와 함께 많은 수채화, 판화는 현대 독일 회화에서 단연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 파이프를 물고 있는 얼굴, 1907, lithograph(석판화),
         Los Angeles County of Art, USA, ⓒ Emil Nolde
   
    대담한 화풍과 신비로운 회화양식을 발전시킨 놀데

   위 그림은 놀데가 직접 그린 본인의 자화상으로, 표현주의 기법이 잘 드러난 감각적인 초상화입니다.그는 독일 북부에 있는 도시, 슐레스비히(North Schleswig)에서 가까운 놀데(Nolde)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에밀 놀데의 본래 이름은 본래 에밀 한센(Emil Hansen)이었습니다. 미술활동을 시작하면서 1902년, 자기가 태어난 이 마을 이름을 따서 그의 이름을 놀데로 바꾸었
습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외가의 식구들을 포함하여 9명의 가족들과 함께 농장에서 자랐습니다. 젊은시절에 그는 가구 공장에서 목각사(木刻師, wood carver, 나무조각사)와 장식미술가로 일하며 생활하였습니다.

    그의 초기 작품들 가운데 몇 점이 엽서로 제작되어 팔리면서, 놀데는 1888년부터 1889년까지 슐레스비히(Karlsruhe)의 조각학교(School of Arts and Crafts)에서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시작합니다.  졸업한 후 공업학교의 용기화() 교사로 교편을 잡기도 하였으나, 결국 회화 쪽 화가로 전향하였습니다. 뮌헨(Munich), 파리(Paris), 코펜하겐(Copenhagen) 등지에서 유학하며 인상파
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파리에서 표현주의 화풍과 유사한 작품을 그리기 시작하던 1906년, 드레스덴(Dresden)에 근거지를 둔 브뤼케파(Brücke group)로부터 가입 요청을 받습니다. 표현주의 미술가들의 모임인 이 단체는 놀데의 작품을 '색채의 폭풍'(Storm of Colour)'이란 표현으로 극찬했지만, 1년 반 뒤 이 단체를 탈퇴하여 그만의 독자적인 그림세계를 추구합니다.
     
 
   1913년부터 시작하여 1914년에는 오세아니아의 여러 섬을 순례하면서 원시 토속문화를 직접 체험합니다. 그 곳에서 원주민의 춤을 보고 작품화한 "무희 그림이 있는 정물(1914)" 과 "격렬하게 춤추는 아이들(Wildly Dancing Children, 1909)",  그리고 "황금송아지를 에워싼 춤(Dance Around the Golden Calf, 1910)" 등을 그렸으며, 이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작품들입니다.

    지금까지 전해지는 작품으로, "성령 강림제(1909)" , "그리스도의 생애(1912)" , "방랑자(1910 ~ 1915)"  등의 대표작이 있습니다. 풍경화로는 "저녁의 늪 풍경(Marsh Landscape)", "가을바다(Autumn Sea VIIm, 1910)", "가을 바다 2(1911)" 등이 있습니다.

   놀데의 작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09년부터 제작되기 시작한 작품들로, 약 20 여점 정도이며, 종교적인 주제를 표현한 것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그의 종교화는 위엄있고 신비한 느낌의 전통적인 기독교상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있습니다.

      십자가에 못박힌 유대인의 왕 예수
   
   아래 글은 오늘 그림의 바탕이 되는 성경책의 본문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이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상황이 위 그림에 적나라하게 다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래 그림은 클릭하여 더 큰 원본 그림으로 실감나게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저희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후에,
     그
옷을 제비 뽑아 나누고,
거기 앉아 지키더라.  

     그 머리 위에  이는  <유대인의 왕 예수>  라는 죄패를 붙였더라.
     이 때에 예수와 함께 강도 둘이 십자가에 못 박히니,
     하나는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있더라.  ( 마태복음 27 : 35 - 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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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에 못박힘(Crucifixion), 1912, Oil on canvas, 220.5 x 193.5 cm, Nolde-Stiftung Seebull, ⓒ Emil Nolde


   우선 위 그림을 보면, "유대인의 왕 예수"라고 쓰여있는 죄패가 십자가의 정 중앙에 붙어있고, 못박히신 예수가 그 십자가의 가운데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양 옆으로는 강도 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듯 함께 매달려 있습니다.

   화가가 마치 가까이에서 망원렌즈로 확대해 찍은 사진을 그림으로 옮기기라도 한 것처럼, 화폭 가득 주인공들을 여백없이 꽉 채워 배치하였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구도를 보여줌으로써 화가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 그림을 바라보던 관객을 화폭 안에 함께 서 있는 주인공으로 끌여들였고, 관객은 자연스럽게 그림 안의 상황을 주관적인 고통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래 왼 편으로는 막달라 마리아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마태 27 : 56)를 비롯하여 세 여인은 체념한 듯, 비탄에 빠진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 아래 오른 편으로는 총독의 군병 둘이 벗겨진 예수의 옷을 나누어 갖기 위해 동전이나 주사위같은 것을 던져 제비뽑기를 하는 모습도 보이며, 그 뒤 두 명은 서서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네 군병들은 제비 뽑는 것에 재미를 붙인 듯, 예수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어보입니다. 예수의 십자가를 가운데에 두고 대칭으로, 그들의 할 일을 하고 있는 군병들의 사뭇 진지한 표정과 왼 쪽 세 여인의 표정은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로써 위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그 당시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강렬한 색채와 단순한 필체로 육체의 고통을 실감나게 묘사

   전체적인 구성과 표현방법을 살펴보면,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는 10명이나 되는 주인공과 사물들을 만화처럼 단순화화여 밑그림을 그리고 스케치하듯 가는 선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주인공들의 색채와 명암도 세분화하지 않고 단순하게 최소화하여 가볍게 묘사하였습니다.

   한편, 주인공들의 색채는 무척 강렬하고 눈부십니다. 반면에 뒷 배경이 되는 하늘이나 산 언덕은 어두운 빛과 색채로 과감하게 생략함으로써 주인공들을 강조하였고, 당시의 분위기에 촛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예수의 고통스런 표정보다 더 큰 슬픔에 동참하도록 만듭니다.

   2004년, 맬 깁슨(Mel Gibson, 미국)이 예수의 이 수난극을 영화화했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Christ)"에서 보여줬던 고통과 찔림보다, 에밀 놀데의 그림 이 한 점에서 보여주는 아픔과 슬픔이 더 깊게 가슴에 와 닿습니다. 신격화된 예수의 고통이 아니라, 철저히 인간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느낀 육체적인 고통을 실감나게 표현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의 고통은 어느새 우리 이웃의 고통이 되어버렸습니다. 가볍고 단순한 붓질로 틀에박힌 종교화의 무게를 덜어주었습니다. 이 주제를 담고 있는 종교화들 가운데 다른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인간적인 고통과 순수함을 이 그림에서는 느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놀데는 예수도 인간이었음을 강조하고 있으며, 그런 화가의 의도가 실감나게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성스러운 그림 앞에 선 객관적인 관객이 아닌 주관적인 느낌에 동참하고 맙니다. 또한 이 그림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당시의 현장에 함께 있는 듯,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순간적인 착각에 빠져들고 맙니다.
 
    놀데는 표현주의자다운 주관적인 화면을 구성하였으며, 감정을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무게감있는 그림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이 점은 그가 루오(Georges Rouault, 프랑스, 1871-1958), 고갱(Paul Gauguin, 프랑스, 1848-1903)과 더불어 현대 회화사에서 손꼽히는 종교화가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낭만을 꿈꾼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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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데는 한국을 방문한 화가이기도 합니다. 남태평양 여행 중이던 1913년 가을, 베를린을 출발하여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몽골을 지나 서울에 도착하였습니다. 틈틈히 한국 사람의 겉모습을 펜과 잉크로 속기처럼 그려서 작품들로 남겼으며, 그는 자서전에서 이러한 기록들을 싣고 있습니다.

   이러한 에밀 놀데의 성장과정과 독자적인 화풍, 담대한 붓질, 강렬한 색채 등 낭만적인 실험정신과 예술관에 대해 그의 작품들과 곁들여 묶은 책이 출판, 현재 판매되고 있습니다. "낭만을 꿈꾼 표현주의 화가 에밀 놀데(김혜련, 열화당, 2002)"란 제목의 책입니다. 250쪽으로 책값이 조금 비싼 편이지만, 책방에 들르실 때 챙겨 살펴보고 잠시라도 감상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추천
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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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 고통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섬뜩하기도 하고...^^
    색다른 느낌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