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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 가까워오니 예상 못했던 뜻밖의 만남이 생기기도 합니다. 며칠 전, 자주는 열어보지 않던 메일통을 확인해 보니, 낯선 이름의 편지가 한 통 들어와 있었습니다. 이 누리집(블로그)의 소소한 글들을 통해 저를 알게 되었다는 그녀는 자신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궁금한 것들을 적어 부탁해온 글이었습니다. 무척 반가운 마음으로 짧은 답장을 보내며, 온전히 마음과 생각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인연이 있음을 감사했던 하루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처럼 힘없고 나약하며 병든 사람들을 위하여 이 땅에 오셨던 예수님의 따듯한 사랑이 더 그립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밤입니다. 세계인의 축제가 된 "그리스도의 탄생일"이 이십일도 안 남았을 만큼 가까워진 12월의 둘 째주 월요일입니다. 그래서 오는 주일과 성탄일까지는 특별히 관련 성화들을 많이 찾아 소개하고 또 이전 글들도 다시 정리해 나누고자 하므로 애정어린 관심을 바랍니다.
 

     우아하고 단아한 정취를 자아내는 그림들

   오늘 소개할 오라치오 젠틀레스키(Orazio Gentleschi, 이탈리아, 1563-1639)의 그림들은 "
ARC"에서 참고하였으며, 그에 대한 소개와 약력은 "artnet"과 "WGA"의 소개, 그리고 "천년의 그림여행(Stefano Zuffi, 스테파노 추피 지음, 예경)"과 "주제로 보는 명화의 세계(Alexander Sturgis 편집, Hollis Clayson 자문, 권영진 옮김, 마로니에북스)"의 내용들을 참고, 번역, 편집, 정리한 것입니다. 그림과 관련한 성경 내용을 그 아래 덧붙여 실었으므로 읽으면서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이 세 그림은 클릭하여 더 크고 실감나게 감상하실 수 있으며, 바탕화면에 띄우면 색다른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곳을 통하여 아래의 이 세 작품으로 처음 소개하는 젠틀레스키는 우리에게 그리 잘 알려진 화가도 아니며 현재 남겨진 그림도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화가이며, 그의 오늘 작품들은 제가 무척 아끼는 그림들입니다. 특히 예수 탄생과 관련한 여러 성화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어서 올 해의 첫 작품으로 소개합니다. 여러 날에 걸쳐 젠틀레스키의 초상그림을 찾아 보았지만, 아직까지는 발견하지 못하여 안타깝게도 소개하지 못함을 양해바랍니다.



     ▲ 성수태고지(Annunciation), Oil on canvas, 1623, Alte Pinakothek, Munich, Bavaria, Germany  ⓒ 2008 Orazio Gentleschi


   젠틀레스키의 본래 이름은 노미(Orazio Lomi)이며, 이탈리아의 피사(Pisa)에서 태어났습니다. 예술가의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딸(
Artemesia)도 역시 가족의 전통을 이었습니다. 1576년에 바로크 회화의 중심지였던 로마(Rome)에 정착합니다. 이 로마에 있던 삼촌의 화실에서 훈련을 받았으나 작품 활동은 늦게 시작하였으며, 이미 그의 나이 거의 40이 다 되어서였습니다.

     예술가의 가업을 이어 카라바조풍을 발전시킨 젠틀레스키

   제노바(Genoa)에서 함께 작품활동을 했던 루벤스(Peter Paul Rubens, 벨기에, 1577-1640)의 영향도 받았습니다. 또한 17세기 초, 앞으로 성탄과 관련하여 소개할 계획이 있는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이탈리아, 1573 - 1610)와의 만남과 우정은 그의 작품세계에 갑작스런 변화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감상하는 것과 같이, 그의 작품은 앞으로 선보일 카라바조의 완고한 자연주의와 권위는 없습니다. 여러 번 감상하고 다시 바라보아도 무척 품격있고 감상적이면서, 사실적이고 정교합니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단아하면서도 우아한 정취를 한껏 자아냅니다.

   그는 밝은 색채에 강렬한 명암을 포기하고 카라바조풍을 퍼트리는데 일조하였습니다. 영국왕실로부터 칭찬도 받았으며, 그리니치(Greenwich)에 있는 여왕의 저택 지붕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현재까지도 런던에 있는 말보로(Marlborough, 영국) 장군의 저택에 그의 그림이 남아 있습니다.

  1612년에는 마쉐(Marches)에 정착해 대성당(Fabriano cathedral)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1621년에는 사울리(Sauli)라는 귀족의 초청으로 제노바(Genoa)에 갔는데, 이것이 국제적인 성공의 출발이었습니다. 이 만남이 계기가 되어, 여러 귀족들의 후원을 받아 작품활동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제노바에 있는 동안 명작으로 인정받고 있는 아래의 작품, "예수 나심의 예고(수태고지,
Annunciation)"를 완성하였습니다. 사보이 공작(Savoy duca)의 가족들과 만나면서 1624-6년까지 파리에서 작품활동을 하였습니다. 런던으로 옮겨 왕실화가가 된 뒤 그 곳에 계속 머물렀으며, 마침내 그 곳 런던에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 성프란체스카 소설의 환영(The Vision Of St. Francesca Romana), 1615-1619,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 2008 Orazio Gentleschi


   천사로부터 예수의 잉태 소식을 받아들이는 마리아

  여섯째 달에 천사 가브리엘이 하나님의 보내심을 받아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가서 다윗의 자손 요셉이라 하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에게 이르니,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라. 그에게 들어가 이르되,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하니, 처녀가 그 말을 듣고 놀라 이런 인사가 어찌함인가 생각하매, 천사가 이르되

  "마리아여 무서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은혜를 입었느니라.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그가 큰 자가 되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라 일컬어질 것이요, 주 하나님께서 그 조상 다윗의 왕위를 그에게 주시리니 영원히 야곱의 집을 왕으로 다스리실 것이며 그 나라가 무궁하리라."

 
마리아가 천사에게 말하되,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니 어찌 이 일이 있으리이까."

천사가 대답하여 이르되,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보라 네 친족 엘리사벳도 늙어서 아들을 배었느니라. 본래 임신하지 못한다고 알려진 이가 이미 여섯 달이 되었나니,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  

  마리아가 이르되,  

  "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

  하매 천사가 떠나가니라.   (누가복음 2 : 26-38)


     성모 마리아(Madonna), Oil on canvas, Galleria Nazionale d'Arte Antica, Rome, Italy  ⓒ 2008 Orazio Gentleschi


   그 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 이 호적은 구레뇨가 수리아 총독이 되었을 때에 처음 한 것이라.

   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매, 요셉도 다윗의 집 족속이므로 갈릴리 나사렛 동네에서 유대를 향하여 베들레헴이라 하는 다윗의 동네로 그 약혼한 마리아와 함께 호적하러 올라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하였더라. 거기 있을 그 때에 해산할 날이 차서 첫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여관에 있을 곳이 없음이러라. (누가복음 2 : 1-6)

   이 세 그림 가운데 맨 위의 첫번 째 작품은,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약 20점 정도의 그림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며, 특히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주름을 잡아 예쁘게 드리운, 상당히 길고 멋스러운 커튼과 마리아의 흰 침대가 주는 순결한 느낌은 그가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았음을 입증하는 증거입니다. 전체적으로 햇빛과 밝은 감성에 기초한 사실적인 감각을 품어내고 있습니다.

     신의 엄숙한 품격과 인간 내면의 겸허한 감정을 환기시킨 그림들

   위 세 그림을 모두 감상한 것과 같이, 오라치오 젠틀레스키는 그의 작품에 두 가지 효과를 창조하는 매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화폭 안에 신의 엄숙한 품격과 가려놓은 듯한 숭고한 분위기에 촛점을 맞추어 포착해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신의 품격과 엄숙함이 아니라, 깊고 겸허한 인간내면의 감정을 무척 정밀하게 환기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세번 째 그림에서 마리아가 입고 있는 짙은 포도주색의 옷과 첫번 째 그림의 붉은색 커튼은 그 색채와 질감으로, 그리고 커튼의 입체적인 주름은 그림 전체의 분위기를 매우 성스럽고 우아하게 이끕니다. 그리고 두번 째 그림에서 제단 위의 구름을 배경으로 부드럽고 곱게, 그리고 입체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마리아의 순결함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성화에서 만날 수 있는 엄숙하고 성스러우며 경건한 분위기가 주요 주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신비스러워야 할 천사의 손 끝이나 몸짓, 표정, 옷 매무새 등은 다소 귀엽고 천진스러우며, 감히 범접하지 못할 정도로 무척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반면, 성모 마리아를 비롯한 아기와 사람들의 자태나 표정, 옷감의 색채는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다소곳하게 묘사하여 그림 전체의 품격과 감정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특히 마리아의 태연한 듯, 담담하고 초연한 자태가 그림의 풍미와 인간 내면의 겸허하면서도 도도한 분위기를 전체적으로 주도하고 있습니다.

   "예수 탄생"의 이야기와 그 상황을 묘사한 다른 화가들의 여러 그림들과 비교해 볼 때, 젠틀레스키의 이 완벽한 작품들은 특히 숭고하고 세련된 그만의 특징들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히 인간내면의 성스러운 아름다움과 마리아의 정결한 분위기가 단연 돋보이며 압권인 작품입니다.

   색채나 질감에서도 거칠거나 투박한 화풍을 전혀 볼 수 없으며, 사실주의가 지닌 근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화폭 위로 불러낸 온기가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서 보고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따듯하고 숙연해지는 그림입니다. 젠틀레스크의 성화와 함께 모두모두 따듯하고 평화로운 성탄을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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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간만에 초하님글 정독했습니다. 성프란체스카 소설의 환영 정말 맘에 듭니다.
    행복하고 따뜻한 12월 되세요~~ ^^

    • 그러고 보니, 마이님도 정말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잘 지내셨죠?
      맘에 드는 그림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어젯 밤 새, 비내리고 나더니 제법 선선해진 느낌입니다.
      따듯하고 계획햇던 일 다 이루어지는 12월되시길 빕니다~~

  2. 어릴 적 기억에 의하면 요맘때쯤에는 징글벨 노랫소리가 아주 많이 들리곤 했었던 것 같은데 어느 때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그 소리가 사라진 걸 문득 느꼈습니다. 예전에는 레코드 가게에서 흘러나오곤 했는데 길거리에 내놓은 스피커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닌가 합니다. 점점 연말연시가 썰렁해지는 분위기입니다.

    해마다 그랬지만 올해 성탄절도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길 빌어봅니다. 그리고 이른 감이 있지만 "초하님, 미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맞아요, 나무님 말씀처럼,
      거리에서 성탄 기분을 느끼기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스피커도 그렇지만, 아마 저작권과 관련한 문제들이 있어서 더 그럴 겁니다. ^(^
      물론 저도 참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네, 저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꿈꾸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나무님.
      나무님도 잘 준비하셔서 "즐겁고 보람있는 크리스마스"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