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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과 사진을 거의 비슷한 방법으로 감상하지만,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와는 또 다르게, 사진을 감상하면서 느끼게 되는, 사진만의 색다른 교감이 있습니다. 독자는 그림이나 사진에서 작가가 그리고 찍은 작품 한 점을 통하여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그 당시의 풍경과 감정을 동시에 전달받게 되며, 더불어 공감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그림은 화가가 밑그림을 그리고 자신만의 표현법으로 채색을 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서 그림은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그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그런 기간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물론 사진도, 작가가 그 때의 상황을 사진기로 찍은 뒤, 약품을 이용하여 필름을 현상하고 그 상을 인화지에 띄우는 인화 과정이 필요합니다.

     서정 깊은 사진, 서정시 같은 사진 미학

   다시 정리하면, 그림은 화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때의 상황과 느낌을 눈과 기억, 마음 속에 담아두었다가 시간과 빛의 흐름과 함께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화가에게 포착된 그 순간이 화폭 위에 완성되기까지는 아직은 현재인 것입니다.

   반면에, 사진은 작가가 포착한 순간을 일단 사진기로 한번 찍고나면, 시간과 빛의 흐름과 함께 그 때 그 현장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립니다. 사진 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현상과 인화 작업은 그 후의 절차와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화가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과 사진작가가 사진으로 담아내고자 하는 그 상황, 그 순간의 감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독자(관객)가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면서 느끼게 되는 정서와 사진작가의 사진작품에서 느끼게 되는 정서와 느낌, 역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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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제(1857-1927)의 자화상, ⓒ 2008 Atget

   오늘은 한 순간의 분위기와 그것을 보고 느끼는 인간의 감정을 사진에 담아낸 으젠느 앗제(Jean Eugene Auguest Atget, 프랑스, 1857∼1927)의 정감어린 사진들을 함께 감상하려고 합니다. 그의 사진을 보고 있으면, 사실적인 현장뿐 아니라 그 당시 작가가 느꼈을 정서 속에 독자도 함께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습니다. 단순한 기록 이상의 수준을 넘어서 서정적인 작품임을 느낄 것입니다.

   오늘 함께 감상하는 앗제의 사진과 작가에 대한 소개는 브리태니커사전과 "사진의 세계역사 (A World History of Photography)"란 책, 그리고 "Masters of Photography(http://www.masters-of-photography.com/A/atget/atget.html)"와 "Photoman(http://www.photoman.co.kr)"에서 도움을 받았으며, 영문 번역하여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더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화가로 시작하여 파리에서 사진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던 앗제
   

   앗제는 그의 작품이 가진 예술성과 가치에 비해 우리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며, 그의 이름도 그가 죽고 난 뒤에 사진계에 알려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에 비해 그의 사진이 주는 감동은 현대 감각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매우 감각적입니다.

   그는 1857년 프랑스 남서부의 항구도시, 보르도(Bordeaux) 근처의 리부른(Libourne)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네 살에 양친을 여의고, 삼촌 손에 자랐습니다. 짧은 선원 생활 이후 이 일 저 일을 하며 떠도는 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다 처음에는 화가로, 1890년부터 사진가로 파리에 정착했으며, 한결같은 테크닉으로 사진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1898년에 이르러 그의 유명한 파리 풍경사진과 관련한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가 이 때부터 1926년까지 촬영했던 사진들은 파리 근대화의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동시대 화가, 소설가, 비평가들로부터 근대성(modernity)의 전형으로 평가받았습니다. 1899년부터 몽마르트(Montmartre)에 정착하여 여생을 보냈으며, 1927년 프랑스 파리에서 가난한 삶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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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넝마주이(Ragpicker), 1899-1900 ⓒ 2008 At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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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경지대 거주자(Marchand abat-jours), 1899-1900 ⓒ 2008 At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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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몽마르트의 작은 집(Montmartre, maison de musette), 1923 ⓒ 2008 Atget



   앗제가 세상을 뜨기 1년 전인 1926년에 있었던 일입니다. 미국의 화가이자 사진가였으며 초현실주의자였던 만레이(Man Ray, 미국, 1890-1976)가 초현실주의자들의 기관지인 "초현실주의자들의 변혁( La Revolution Surrealîste )"에 앗제의 사진 4점을 실어 소개하였습니다.

     서민들의 삶과 뒷 골목 풍경을 주제로한 사진

   이로써 창작 작품으로서 그의 사진이 사람들에게 처음 공개된 셈입니다. 위 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서민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은 그의 작품들이 알려진 것입니다.

   이렇게 1921년 파리로 옮겨와 1924년경부터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여했던 만 레이가 그의 작품 속에 깃들어 있는 환상적인 작풍을 높이 평가하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평가는 앗제가 이미 사망한 뒤의 일이었습니다.

   위 사진들처럼, 앗제의 작품은 대부분 야외에서 찍은 것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화려한 거리나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대부분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과 뒷골목 풍경을 주제로 한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제가 앗제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위 두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등장인물의 삶과 본래의 표정을 냉철하게 포착하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돋보입니다. 첫 번째 사진에서 독자를 응시하고 있는 주인공의 시선과 손동작,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위 둘 째 사진에서 바닥의 돌과 마지막 사진에서 대상인 건물은 빛을 이용한 돌의 생김새와 벽면과 지붕의 질감이 살아 있습니다. 사진이라는 객관적인 기록성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프랑스에서만이 아닌 현대 사진예술에 크게 공헌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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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서부의 앙주(quai danjou), 1924 ⓒ 2008 At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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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스러운 연무(Saint-Cloud), 1921-22 ⓒ 2008 Atg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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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노트르담에 있는 성모 성당(Notre Dame), 1925 ⓒ 2008 Atget



   이처럼 앗제가 살았을 당시에는 그의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에 와서나마 앗제를 '카메라의 시인'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그의 작품을 초현실주의라고 높게 평가합니다.

   이런 평가는, 그가 기록한 장면은 누구나가 찍을 수 있는 현실 속의 생생한 현장을 포착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그 현실 속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시의 세계를 찾아내고, 그 정서를 함께 담아 표현해냈기 때문입니다.

     현실의 풍경 속에 숨어있는 시적 정서를 포착해낸 사진

   위 세 작품에서도 감상한 것처럼, 그의 사진 하나 하나에서 현실을 초월하는 인간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가 대상을 통해 사진에 담아낸 정서적 반응의 기질과 그가 표현하고자 했던 서정 깊은 감정을 우리 모두가 느끼고 감동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앗제는 작품사진을 찍을 때,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과 같이 비교적 인적이 드문 조용한 시간을 이용하였습니다. 또한 주로 파리 근교를 많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오늘의 사진에서도 확인한 것처럼, 이른 아침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을 많이 담았습니다. 마치 아름다운 시 한 편을 읽고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사진 작품들입니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마음 한 켠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을 받습니다. 위 풍경 속에 직접 들어가 산책하며 시라도 한 편 짓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곧 경건하고 차분한 마음이 되어, 나 자신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도 만듭니다.

   아주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제가 꿈꾸는 여행지 가운데 하나가 저 노틀담의 성당을 거닐며 앗제와 만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 시 한 수 읊어보라는 앗제의 음성이 들리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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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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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찍은 사진이네요. 워낙 사진에는 젬병인지라 이런 분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ㅠ.ㅠ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도 정갈한 앗제의 사진들을 좋아하는데요. 부럽기 그지 없기는 마찬가지랍니다. ㅎㅎㅎ
      이렇게 방문에 답글 주셔서 제가 더 감사합니다~~~

  2. 저도 노트르담 성당앞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저렇게 멋있는 사진은..^^

  3. 항상 느끼는거지만 초하님 블로그엔
    정말 유익한 정보가 가득해요~ :) ㅋㄷ
    오늘도 덕분에 지식 쌓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

  4. 음....갑자기 사진에 대한 욕구가 마구 밀려오는데요.^^
    저만의 독특한 사진을 찍어보고 싶어요. ;)

  5. 밀감돌이 2008.02.21 19:31

    "넝마주이"사진 ㄷㄷㄷ
    우리나라 엄청 못살고 힘들었을 때 있었던 넝마주이가 외국에도 있었군요 ㄷㄷㄷㄷㄷㄷ

  6. 와 사진들이 참 좋네요. 특히나 풍경사진들은 신비롭고 경건한 느낌이 드는듯 해요.
    앗제라는 작가의 스타일이 느껴지는거 같아요.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드는게 참 힘든건데말이죠.
    이렇게 생전에는 인정못받고 죽은 대가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 ezina 님, 좋은 느낌으로 공감해주셔서 기쁩니다.
      안타까운 말씀에 앗제도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저도 찾아가 안부 전할게요.

  7. 새로운문화를 발견한듯한 기분!
    좋은글과 사진 잘 보고 가요:-)

  8. 사진속에서 가끔
    인생의 참 의미를 찾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