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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 전선이라도 형성된 것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비를 뿌리더니 날이 많이 더워졌습니다. 덕분에 들녘의 곡식이나 과수원의 열매는 제철을 만난 듯 튼실하게 무르익어가는 계절입니다.

      밀 추수 현장을 실감나게 담아낸 전원풍경

   가을추수에 앞서, 북녘의 초여름 추수는 지금도 한창일 것이나 우리 남녘 들판의 보리나 밀 추수는 거의 다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직접 보며 자랐던 황금들녘이 이따금씩 그리워지곤 하는데, 직접 그 현장을 구경하기가 참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지금은 농촌에서도 대부분 기계로 심고 베는 대량생산을 주로 하므로, 산촌의 작은 들판이나 외진 마을이 아니면, 손수 낫을 손에 쥐고 밀 베는 풍경을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제에 이어 오늘도,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밀을 추수하는 황금들녘으로 여러분 모두를 초대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루카스 반 발켄보르히의 약력과 그림은 "Web Gallery of Art(http://www.wga.hu)"와 "Art Renewal Center(http://www.artrenewal.org/asp/database/art.asp?aid=5323)"에서 도움을 얻었으며, 영문 설명을 번역하여 종합, 정리한 것입니다. 반드시 클릭하셔서 본래의 큰 그림으로, 실감나는 감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사계절을 주제로한 풍경화를 주로 그렸던 발켄보르히

   그림을 읽기 전에, 먼저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대략 15세기 전에 활동했던 발켄보르히(Lucas van Valkenborch, or Valckenborch, or Valkenborgh, 벨기에, 1530-1597)는 네덜란드의 풍경과 풍경 양식의 그림를 주로 그렸던 화가입니다.  또한 그의 동생 마틴 반 발켄보르히(Martin van Vankenborch 1, 벨기에, 1534, 5-1612)도 역시 화가였습니다.

   개신교도였던 발켄보르히는 박해를 피해 다녀야했습니다. 당시 1560년에서 1565년 까지, 벨기에 북부에 있으며 동화, "플란더즈의 개"의 배경이었던 마을로, 앤트워프(Antwerp)에 있는 멀린협회(Malines Guild)에서 활동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1593년에 독일의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 정착하기 전까지는, 머사이어스(Matthias) 대공(옛 오스트리아의 왕자)을 위해 일하기도 하였습니다. 루카스 발켄보르히와 그의 동생 마틴 발켄보르히는 바벨(Babel)탑과 사계절을 주제로 그림그리기를 즐겨하였습니다. 지금 그리 많은 작품이 전해지고 있지는 않지만, 4 계절 연속작품이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여름풍경(Landscape in Summer), 1585, Oil on canvas, 116 x 198 cm,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Auatria ⓒ 2008 Valckenborch


     오늘 감상하고 있는 작품도 그 사계절 가운데 하나인 "여름"에 해당하는 그림입니다. 특히 더 주목받고 있는 겨울작품을 포함하여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소개할 생각이므로 관심어린 기대바랍니다.

     16세기에 가까운 먼 과거에 그려진 그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려 500 년 전 상황의 그림인데도 살아 움직이는 듯, 생동감이 느껴지며 매우 극사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자신의 어릴 적 마을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하고, 불과 몇 년 전의 어느 잘 알고 있는 시골 풍경을 회상하고 있는 것처럼, 매우 친숙하고 정겹게 느껴지는 그림입니다.

     독자와 관객을 그림 속으로 끌어들이는 밀추수 풍경

   위 그림의 작가가 둔덕 어디 쯤, 아래를 내려다 보는 관점에서 구도를 잡음으로써, 독자와 관객들이 여유로운 시선으로 그림을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그래서 관객들에게 밀 추수하는 농촌의 전체적인 풍경에서 참 평화롭고 시원한 시야를 선물해주고 있습니다.

     화면의 오른쪽 앞과 사선으로 반을 차지하고 있는 밀 밭의 이삭 하나하나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서로 다른 몸짓과 익살스런 표정,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껍질을 비롯하여 빛을 받고 있는 잎새의 하늘거림 하나하나까지, 모두가 잘 어울어지는 그림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진보다도 더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또한, 오른쪽 위에 배경으로 배치한 산과 마을의 원경을 적절히 표현하여 화폭 안의 원근감과 공간감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밀알의 황금빛을 위주로 하여 전체적으로 밝은 색체를 활용하여, 풍요롭고 시원한 느낌을 훨씬 더 풍부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주하고 있으면, 새참을 먹는 곳에 함께 끼어앉아 얻어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며, 낫을 들고 밭에 뛰어들어 밀베기를 돕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또한 추수하고 돌아오는 구르마 뒷단에 올라타보고 싶기도 하고, 열매를 털고 있는 아름드리 나무에 나도 올라가 따보고 싶은 마음이 동하게 만듭니다.

   초록빛 풀밭의 양들 곁에 앉아 관찰하거나 함께 풀향에 취해보고 싶기도 하며, 벌판을 마구 뛰어다니고 싶은 충동이 저절로 일어납니다. 어릴 적 귀찮게 느껴졌던 어떤 심부름이라고 해도 이런 마을이라면, 달갑게 달려나갈 수 있을 것처럼 저절로 즐거워지고 흥겨워지게 만드는 풍경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이 즈음을 "맥추 감사절" 이라 하여, 보리추수를 기념하는 감사 예배로 드립니다. 그림의 뒷 배경으로 멀리 보이는 교회에서도 맑고 고운 어린아이의 합창소리가 울려퍼지는 듯,  발켄보르흐의 그림 속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여유로워지고 잔잔한 평화도 함께 밀려오는 듯 합니다.



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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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전 즐거움보단 같이 일하고 싶네요.,

  2. 웅..이분의 그림은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나네요.
    주제넘게 말씀드리자면 약~간 민화의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뭐..그냥 그렇습니다...^^
    옛날 분이신데 굉장히 세련되셨네요. 당시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궁금해 지는데요...^^

    • 한상천님, 위 볼켄브로히의 그림은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아도, 한 번 보면 잊지 못하여 기억에 남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도... 그랬습니다.
      당시에도 환영받던 그림들이랍니다. ^^

  3. 아 막...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어렸을 땐 시골에서 자랐는데 가을되면 추수하는 데 따라가곤 했거든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 물론 그림은 서양의 것이지만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수확의 기쁨은 다 똑같은 거 같아요

    • 오랫만에 뵙는 이리나님, 참 반가워요~~
      수확의 기쁨이 어찌 다르겠어요... 또 그 현장을 한 번이라도 구경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쩌 위 그림에 무반응이겠어요?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그림이지요.

  4. 참 평화롭고 평안한 풍경이네요...^^

    콧노래 부르면서 뭔가 하고 싶은걸요...ㅎㅎ

  5. 그렇군요. 가을에만 추수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밀이나 보리 추수철이라는 걸 느끼지 못하고 지나갔네요. 곰탱이 같은 인간입니다. 저도 새참 먹는 자리에 슬쩍 꼽사리 껴서 농주나 한 잔 얻어먹고 싶네요.

    오백 년 전 풍경 같지 않네요.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는 사람만 없을 뿐 불과 엊그제 모습 같습니다.

    • 나무님 잘 지내시죠?
      그죠. 요즘은 예전 같지 않고 보리나 밀 추수 현장을 우리나라에선 보기 어려워졌죠. 수요도 적고,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재배 농지도 거의 없는 것 같구요. 그래서 보리밭 구경도 어려워졌구요...
      휴대전화 얘기 하시니, 언뜻 모 광고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해학이 떠올랐답니다. ㅋㅋㅋ

  6. 노동의 즐거움 느껴지는 그림이네요.
    종종 들러서 그림 구경할께요^^

    • 노동의 즐거움....
      그런거 느껴본지가 언젠지....
      노동의 즐거움....

    • ㅎㅎㅎ 쌀국수님, 사연이 있겠지만, 닉네임이 기억에도 오래 남을 것 같고, 무척 재밌습니다.
      반갑구요, 기다릴테니, 종종 들러 구경하며 쉬어가시고, 댓글로 안부도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저도 찾아 갑니다. 지금!!

    • ㅎㅎ 열정 넘치는 열산성님,
      노동의 즐거움은 늘, 아니 거의 매일, 적어도 하루에 한번 정도씩은... ^^ 느끼는 것 아닌가요?
      아마도 땀 흘리는 신성한 노동에 대한 즐거움과 그리움을 얘기하신 것이겠지요. 의식적은 운동으로 인한 땀이 아니면 요즈음은 그 느낌을 맛보기 어려워진 것 같아 저도 아쉽습니다.
      ㅎㅎ 노동의 즐거움... ㅎㅎ

  7. 동양이나 서양이나 농촌풍경은 비슷한가 봅니다~ ^^

  8. 술이 든 것으로 보이는(?) 항아리를 들고 벌컥벌컥 들이키는 사람이 인상적이군요 ㅎ 서양 낫은 우리 낫과 달리 길고 커다랗군요. 우리 낫은 허리를 굽혀서 사용해야 하는데, 왠지 서양 낫이 더 편해 보이네요 ㅎㅎ

    • 반가운 리브홀릭님, 그러잖아도 바쁘신가보다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신거죠??
      세밀하게 보셨네요, 저도 낫의 모양과 크기를 보고 민족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