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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을 감상하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는 다른 두 화가나 여러 화가의 비슷한 그림과 그 느낌을 서로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일 것이며, 그 유희와 희열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앞에서도 "예수와 마리아의 대화를 질투했던 마르다"란 제목으로 지미라즈키(Henryk Hector Siemiradzki, 폴란드, 1843-1902)와 베르메르(Johannes Jan Vermeer, 네덜란드, 1632 ~ 1675)의 두 그림을 함께 비교, 감상하였습니다. 그 표현법이 사뭇 다르기도 하고 또 느낌이 비슷하기도 하여 제겐 특히 더 즐거운 감상이었습니다.

   오늘 감상할 작품의 작가, 빌헤름 하메르쉐이(Vilhelm Hammershøi, 덴마크, 1864-1916)도 그런 화가들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비평가들 사이에서는 앞서 소개한 베르메르와 자주 비교되는 화가입니다. 앞으로 베르메르의 빛 고운 그림과 비교되는 하메르쉐이의 실내그림도 준비하고 있으므로, 관심 갖고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백의 미를 강조한 동양화 같은 숲 풍경

   하메르쉐이는 오늘 감상하는 아래 풍경화들과는 달리, 베르메르처럼 실내와 관련한 그림, 즉 풍속화를 많이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베르메르와 자주 비교되는 까닭은 빛의 미묘한 흐름과 그 정교한 느낌을 섬세하게 잘 표현한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많은 그림들 가운데서도 특히 풍경그림은 그리 많지 않은데, 그 그림들을 어렵게 모았으므로 함께 즐거운 감상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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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메르쉐이의 자화상 ⓒ 2008 Hammershøi

   산과 나무를 주제로한 부쉘(Michael Busselle)의 그림들과 산이란 제목으로 연작을 그린 유영국의 그림, 나무를 주제로 한 쿡(Robert Cook)의 그림과도 비교해 보게 되면, 그림을 감상하는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 모두 함메르쉐이의 오늘 소개하는 그림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이들은 아주 비슷한 분위기와 느낌을 표현하고 있으며, 오늘 이를 계기로 비교해 보시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그림에 앞 붙인 하메르쉐이에 대한 소개와 그가 직접 그린 자화상, 그의 그림 7 점, 그리고 그리자유 기법에 대한 설명들은 브리태니커백과사전과 구겐하임 박물관(http://www.guggenheim.org), 함부르그예술가(http://www.hamburger-kunsthalle.de), Get2net(http://hjem.get2net.dk), World Wide Arts Resources(http://www.wwar.com), 그리고 "보나르"란 예명의 주인장이 꾸리는 누리방(http://myhome.naver.com/ph4you/menu0.php)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누리방들도 둘러 보시면, 즐거운 구경이 될 것이며 작가의의 다른 그림들도 더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덴마트 미술계에서 논란이 되었던 하메르쉐이

   작품을 감상하기에 앞서 함메르쉐이의 약력과 그림 세계에 대해 먼저 살펴봅니다. 그는 1864년에 덴마크의 코펜하겐(Copenhagen)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나이 8세 때 화가로서의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코펜하겐에 있는 왕립 미술학교에 입학합니다. 5년간의 재학기간 중 마지막 2년 동안은 보수적인 왕립학교에 비해, 보다 진보적인 학교(De Frie Studieskoler)에서도 수학하였습니다.

   21세 때인 1885년에는 그의 누이동생, 안나(Anna)의 초상화(Portrait of a Young Girl)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독창적이었는데 당시의 자연주의를 무시하였으므로, 덴마크 미술계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아래 그림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림의 분위기는 매우 쓸쓸하며 조용하고 서정적입니다.

     베르메르와 후크의 영향을 받은 하메르쉐이

   또한 그가 매우 존경했던 휘슬러(Whistler, James Abbott McNeill, 1834~1903)를 포함하여 당대를 주도했던 화가들이 많이 사용한 기법이 그리자유(grisaille : 아래 설명글 참조)이며, 그도 역시 이 기법에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아래 풍경그림에서도 회색 계열이 단연 돋보이며, 명암이 강조되어 있어 시원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주며, 다른 그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1887년, 그가 네덜란드의 17세기 그림을 공부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하였는데, 베르메르(Vermeer)나 후히(후크, Pieter De Hooch, 네덜란드, 1629~1684 )와 같은 네덜란드의 거장으로부터 받은 영향이 그 이후의 작품들에서 나타납니다. 그가 베르메르와 자주 비교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벨기에, 독일, 이태리,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을 두루 여행하며 작품활동을 하였고, 1889년 파리(Worldas Fair)와 유럽의 다른 곳에서도 작품전시회를 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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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제의 풍경(Landscape View of Lejre) ⓒ 2008 Hammershø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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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제의 풍경(Landscape View of Lejre) ⓒ 2008 Hammershø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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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Landscape) ⓒ 2008 Hammershøi



   위 그림도 마찬가지지만, 함메르쉐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옅은 색채의, 특히 회색 계열의 사실주의적인 그림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종종 비교되곤하는 베르메르(Vermeer)와 마찬가지로, 실내 풍경을 주로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화폭의 대담한 구성과 부드러운 붓의 농담이 주는 쓸쓸한 풍경

   그의 그림 대부분은 17세기에 지어진 고향 코펜하겐에 있는 그의 집에서, 가구도 별로 없는 방들을 소재로 한 것입니다. 그 아무도 없는 방의 적막한 이미지는 우울, 고립, 상실의 느낌에 젖어들게 하며,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작가의 여동생으로 추정되는 여인 한 명의 뒷모습 그림도 보는 이로 하여금 외롭고 쓸쓸한 서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본래는 실내와 관련한 풍속화와 더불어 인상적인 초상화, 그리고 건축양식의 그림을 주로 그렸으며, 더러는 오늘 감상하는 작품들과 같은 풍경화도 그렸습니다. 부드럽고 연한 색의 그림물감을 사용했던 후기의 작품들이 가장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비슷한 서정을 느끼게 되는 베르메르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입니다.

   다시 풀어 설명하면, 회색 계열의 색채와 은은한 색체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오늘 감상하시는 일곱 작품들과 같이 특히 윗 쪽 화폭으로 하늘을 화면의 2/3 까지 구성하여 적막감과 함께 동양화 같은 여백의 미를 살리고 있습니다. 또는 마치 한국화를 보는 듯, 붓의 농담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가 독자(관객)로 하여금 쓸쓸하고 허허롭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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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그루의 떡갈나무 (Two Oak Trees) ⓒ 2008 Hammershø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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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니 근처의 마가나무 가로수 길(Avenue of Rowan Trees near Sne) ⓒ 2008 Hammershø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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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도 밤나무 슾(Young Beech Forest) ⓒ 2008 Hammershø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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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내부 (Forest Interior) ⓒ 2008 Hammershøi



   바로 위 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렘브란트(Harmenszoon van Rijn Rembrandt, 네덜란드, 1606-1669)나 베르메르처럼 하베르쉐이의 그림에서 빛은 가장 주요한 요소입니다. 렘브란트의 강한 빛과 사선으로 떨어지는 직사광선과 베르메르의 창문을 통해 번지는 밝은 빛이 아닌 약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간접적인 빛의 효과를 활용하였습니다.

     그리자유 기법과 붓을 사용한 부드러운 채색의 풍경화

   즉 화폭에 묘사된 배경과 전체적인 공간이 넓어 보이도록 만들었으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시원해지고 독자(관객)의 마음이 평온해지게 되는 까닭입니다. 나무의 크기를 고려하고 대조시켜 거리감을 강조하였으며, 하늘과 대지를 화폭의 위 아래로 양분함으로써 그 중간에 서 있는 나무들의 존재감과 그 자태, 전체적인 실루엣이 품고 있는 입체감과 서정을 충분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양분된 구성에 있어서, 화면의 윗 공간인 하늘이나 화면 아래 바닥의 숲 그늘을 대비하여 상대적으로 넓거나 좁게 배치하는 특징을 보여줍니다. 이런 대비와 구성으로, 관객이 화면에서 직접적으로 볼 수 없는 배경과 부분까지도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드는 여백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또한 작가의 서정적인 느낌과 정서까지도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함메르쉐이는 생애 동안 왕성한 작품활동과 전시회를 통하여 전 유럽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렸습니다. 그러나 1916년 51세의 나이로 작가가 사망한 후, 안타깝게도 그의 국제적인 명성은 점차 잊혀지고 말았습니다.

     빛의 흐름을 은은하게 묘사한 덴마크의 베르메르 

   하지만 그의 고향인 코펜하겐과 파리에서 수년 전 처음으로 열린 그의 회고전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잠자던 그의 그림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비평가들은 그와 그의 작품을 "덴마크의 베르메르(Danish Vermeer)" 라고 환호하였습니다.

   정작 그의 고국인 덴마크에서는 오히려 다소 이국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빛을 활용한 서로의 그림이 비슷하면서도 그 느낌은 사뭇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상과 같이 너무도 고요하고 적막하여, 쓸쓸하게까지 느껴지는 함메르쉐이의 풍경화를 감상하였습니다. 오늘 감상하신 것처럼, 그의 풍경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차분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도 있습니다.

   이는 작가의 그림 전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리자유 기법을 통한 그만의 은은한 색체와 동양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백의 여유로움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마치 수묵화에 있어서의 붓을 사용한 듯 부드러운 명암이 대비된 채색 기법 때문일 것입니다.



    ** "그리자유(grisaille)"란 무엇인가 ?

     
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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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하..제가 좋아하는 느낌의 작품들이네요. 그래서 더욱더 반갑습니다...^^
    저는 '사진이다'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봤는데요. 분위기가 참 차분하니 좋습니다.
    며칠간 안보이셔서 적적했는데(?) 비오는 날 이렇게 다시 뵙게되니 상큼합니다...^^

    • 한상천님도 이런 느낌의 작품들을 좋아하시는 군요...
      부족한 글에 자주 발행도 못하는데, 기다려주시고 반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런 작은 말 한마디가 더 큰 힘이 됩니다.

  2. 그림 멋지네요
    근데 그림 잘그리는 사람들이 엄청 신기하지만
    그림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도 신기합니다
    그림은 너무 난해해요

    • 모노님, 오랜만이죠. 참 반갑고 반갑습니다.
      그림 뿐 아니라 사람도 참 난해한 동물 아닌가요?
      그 사람이 창작한 그림이니... ^^
      그냥 즐겁게 감상할 수 있으면, 그림과 소통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해가는 대로 보고 느끼고...

  3. 뒤로 탁 터져 있으면서도 쓸쓸한 느낌이 잘 전해지는군요. 요즘의 도시의 일상사에서는 저런 풍경을 접하기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4. 느낌들이 전체적으로 너무 좋네요

  5. 개인적으로 저런 느낌의 풍경화를 좋아하는데, 정말 부드럽고 조용한 분위기의 그림들이네요.

  6. 조용한 풍경화가 넘 멋지네요.

  7. jyudo123 님, 제 답글이 넘 늦어버렸죠... ^^
    몸도 않 좋지만, 참 요즘 넘 정신이 없습니다.
    조용한 나들이 종종 다녀가시길 바랍니다~~

  8. 잔잔한 그림이 동양화의 여백의 미를 연상하는군요
    초하님의 올리신 글과 그림 감상 잘했습니다
    저는 초하님의 글을 좋아해요
    초하님의 다른 글도 읽기 위하여 매일 방문하겠습니다.

    • 부족한 글도 좋아해주시는 우록님, 감사합니다.
      여유 날 때마다 들르셔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또 가능하시면 안부도 전해주시구요.
      벌써 한 주의 중간입니다. 좋은 하루되시길...

  9. 잔잔하네요 동시에 저 들판을 마구 달려보고프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