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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의 둘째 주를 맞아 잘 보내고 계신지요. 지난 주말엔 옛 직장에서 만나 여러 해 알고 지내온 동료와 오랜만의 약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결코 반갑지 않던 비님이었는데, 갑작스런 소나기 세례를 퍼부어 어린 소년처럼 그 비를 다 맞으며 종로를 뛰어다녔습니다. 지난 다윗 관련 글에서 "마른 장마"라 놀렸더니, 비웃기라도 하듯, 지나가는 듯, 무심한 듯, 여름을 재촉하는 듯, 대단한 장맛비였습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가을 특집 기획을 준비해 올립니다. 아래에도 밝혔지만 제가 무척 좋아하는 그림들이며 어렵게 선정한 것입니다. 평상시에 보기 어려운 독특한 기법에 차분하고 인상적인 그림들이므로 즐겁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느낌이어서 다소 생소할 수도 있으나, 다양한 세계로의 여행으로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같은 신인상주의 화가들과도 구별되는 크로스만의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와 마음까지 차분하게 만드는 인상적인 그림

   바라보고 있으면 생각까지도 차분해지고 시원해지는 오늘의 이 그림들로 무더운 마음을 달래보려고 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 계절을 기다리며 간직하고 아껴두었던 그림 6점을 소중하게 꺼내 나눕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신인상주의(파)(Neo-Impressionisme) 화가로 분류되는 앙리 에드몽 크로스(Henri  E  Edmond Cross, 프랑스, 1856-1910)의 잔잔한 그림들입니다. 그의 그림세계는 본래 사실주의 화풍이었는데, 모네를 만나면서 밝은 빛이 가득한 인상주의 화법으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그런 그의 그림들을 골고루 만나보실 수 있으므로 반드시 클릭하여 큰 그림으로 실감나게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한번 감상하고 나면 또 다시 찾게 될 것이며, 또 쉽게 잊혀지지도 않는 그림입니다. 그의 그림을 감상하기에 앞서, 크로스의 약력을 먼저 간략하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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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명이 앙리 에드몽 들라크루아(Henri Edmond Delacroix)인 앙리 에드몽 크로스는 1856년 5월 20일, 프랑스의 두에(Douai)에서 영국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소년이던 10살 때부터 릴(Lille)의 보(Beaux) 예술학교에서 공부했으며, 데생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1876년 파리에 나와 활동하면서 마네(Edouard Manet, 프랑스, 1832-1883)의 영향을 받았으며 1881년에는 크로스(Cross)라는 영어이름으로 첫 전시회를 갖습니다. 1883년 프랑스 남부로의 여행과 모네(Claude Monet, 프랑스, 1840~1926)를 만난 뒤로 특히 사실주의의 어두운 색채에서 인상주의의 밝은 화풍으로 바뀌게 됩니다.

                                              ▲ 담배를 문 자화상(Self Portrait with Cigarette),  1880,
                                                         Oil on panel. Private Collection ⓒ 2008 Cross


   1884년 쇠라(Georges Pierre Seurat, 프랑스, 1859-1891)와 시냐크(Paul Signac, 프랑스, 1863-1935)을 만나 교류하면서 신인상주의의 점묘법에 몰두하게 됩니다. 이때 '독립예술가협회(the Société des Artistes Independants)'의 일원으로 앵데팡당전에 출품한 그의 작품에서 이미 점묘주의 회화를 볼 수 있습니다.

     신인상주의, 점묘주의, 분할주의 풍경화가, 크로스

   1904년 생트로페(Saint-Tropez)에서 시냐크와 함께 여름을 보내면서 마티스(Hemi Matisse, 프랑스, 1869-1954))를 알게 되었고, 그에게서 점묘주의의 영향을 받으면서 화려하고 온화하면서도 쾌락적인 화풍을 창조하게 됩니다. 아래 그림들이 이 시기에 그린 작품이며, 그런 특징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후로 신인상주의를 이끌어가는 대표자들 가운데 하나가 되었습니다. 특히 프랑스 남부와 베니스, 이탈리아 등의 도시와 숲, 바다 근처의 풍경을 주로 그렸으며, 오늘 소개하는 아래 그림에서도 베니스의 정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08년에는 이탈리아 중부지방을 자주 방문합니다. 7, 8월을 토스카나(Tuscany)와 움브리아(Umbria)에서 보내면서 플로렌스(Florence), 피사(Pisa) 등 다른 도시도 방문하게 되는데, 이 때부터 1910년 사이에 아래와 같은 자연 풍경그림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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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니스 트로바조의 리오(Rio San Trovaso, Venice), 1903-4, Painting - oil on canvas ⓒ 2008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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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로바조의 다리(Ponte San Trovaso, 1902-5, Painting - oil on canvas ⓒ 2008 Cross



   감상하는 것처럼, 신인상주의 화가인 크로스의 작품에서는 앞서 감상했던 모네나 인상주의 화가들의 그림과는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크로스의 작품을 감상해 보면, 같은 신인상주의 화가였던 쇠라나 시냑과는 또 다른, 차분한 인상을 받습니다.

     19세기말 프랑스에서 일어난 점묘주의 회화 운동

   크로스가 그린 대부분의 그림은 그 전체적인 특징이 점묘화법으로 대표되는 신인상주의입니다. 그러므로 이 신인상주의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그의 그림과 비교하면서 감상하고 살펴보겠습니다.

   신인상주의(新印象主義, Neo-Impressionisme)란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조르쥬 쇠라가 주도했으며, 폴 시냑의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점묘주의를 포함한 이론과 수법 및 관련 회화 운동을 의미합니다. 이 용어는 1884년 5월, 비평가 펠렉스 페네옹이 앙데팡당전에 출품된 쇠라의 '아스니에르의 목욕하는 사람들'이란 작품을 보고 신인상주의란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 신인상주의 운동은 인상주의가 사용한 기법을 과학적으로 더욱 발전시키면서도, 동시에 인상주의와 경  험론적 사실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체계적인 계산과 과학 이론에 근거한 미리 정해진 시각적 효과를 얻고자 노력했던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인상주의 화가들이 빛과 색채의 순간적인 효과를 좇아 자연을 묘사했던 것에 비해 신인상주의 화가들은 과학적인 광학 이론에 근거하여 자연을 묘사하고 색채를 표현했습니다. 순간적인 느낌을 포착하기보다는 객관적인 과학이론을 통해 엄격한 형식의 계산된 그림을 그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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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The Woods, 1906-7, Painting - oil on canvas, ⓒ 2008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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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숲(The Forest, 1906-7, Painting - oil on canvas ⓒ 2008 Cross



   맨 위 처음 두 그림과 위 두 그림을 각각 비교해서 감상해보면 특히 더 그런 특징을 공감할 수 있습니다. 붓의 굵기와 눌러 찍은 점 하나하나의 모양, 붓을 누르는 압력의 세기, 그리고 화면에 채워진 수많은 점의 밝기와 색채에 따라 그 느낌도 많이 다릅니다. 또한 가까이서 보거나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볼 때와 위나 아래, 옆에서 볼 때의 인상이 확연히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점묘주의(Pointillism) 또는 분할주의(divisionism)는 신인상주의가 사용하는 독창적인 기술로써, 캔버스에 색칠을 할 때 순색만을 사용하되, 일체 뒤섞지 않으면서 작은 점으로 찍어나가는 표현 방법을 말합니  sl다. 이 경우 색조의 순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보는 이의 망막 위에서 시각혼합으로 중간색을 형성하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순색만으로 작은 점을 찍어나가는 표현 방법

   예를 들어 위의 그림처럼 청색과 황색의 작은 점들을 같은 방향으로 수없이 배열해 나가면 시각적으로는 섞어진 녹색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또한 형태나 구도에서는 '황금분할'을 자주 사용함으로써 고전적인 회화에서처럼 안정성을 찾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과 시선이 편안하고 차분해지게 만듭니다.

   이 방법은 와토(Jean-Antoine Watteau, 프랑스, 1684-1721),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영국, 1775-1851) 등이 이미 사용했으며, 인상주의자 르누아르(Auguste Renoir, 프랑스, 1841-1919)와 모네(Cla   ude Monet, 프랑스, 1840~1926)도 상당히 체계적으로 사용했습니다. 또한 고흐(Vincent Van Gogh, 네덜란드, 1853-1890)와 로트렉(Taulouse Lautec, 프랑스, 1864-1901), 고갱(Paul Gauguin, 프랑스, 1848-1903) 등도 한 때 여기에서 영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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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에서(In the Woods), 1906-7, Painting - oil on canvas, ⓒ 2008 C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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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거진 숲 풍경(Wooded Landscape, Painting - oil on canvas ⓒ 2008 Cross



   신인상주의 화가로는 크로스 외에 인상파 화가인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프랑스, 1830-1903)도 잠시 이 운동에 가담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위 마지막 작품을 비롯하여 오늘 감상하고 있는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작품이 더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시선도 오래 머물게 사로잡으며 그 잔영이 머릿속에서 오래도록 맴돌게 만듭니다.

   이들 쇠라와 시냐크, 그리고 크로스는 1884년에 '독립미술가협회(Société des Artistes Indépendants)'를 결성해 함께 전시회도 가졌으며,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등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특히 쇠라나 시냑의 작품들과 비교해 볼 때, 크로스가 그린 점묘 구성의 위 그림은 굵고 강렬하면서도 방향과 모양을 통일함으로써 화면에 안정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안정감과 차분함을 더한 굵고 통일된 점묘 구성

   크로스는 직감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의 그림에서 감상하신 것처럼 오묘하면서도 인상적인 색채 감각이 매우 뛰어난 화가였습니다. 오늘 소개한 작품은 모두 유화지만 수채화를 자주 그렸으며, 유화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의 풍경 그림이 많습니다. 기회가 되면 함께 감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냐크가 크로스를 "고독한 천재이자, 냉철한 동시에 정열적이기도 한 사색가"라고 불렀을 만큼 그의 작품들은 단순한 풍경그림이라기보다는, 표현주의적이며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그림에는 시정이 흐르며, 독자들도 그런 정취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그림을 시대별로 분류하여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해를 거듭할수록 작품의 색채가 시나브로 더 풍부해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늘 위에서 감상하신 것과 특히 마지막의 그림은 그가 그린 후기 작품들의 강렬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는 포비즘(야수파, Fauvism)에 가깝습니다.

   이미 야수파보다 한 발 앞서서 그 기법을 찾아 표현했던 것입니다. 그의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주면서도 차분한 마음을 일깨우는 이유입니다. 순색의 작은 점을 나란히 채워가는 기법을 활용하여 사물과 평면을 구분하였며, 빛과 어둠의 효과를 냉정하고 엄밀하게 창조해냈던 것입니다.


** 덧붙임 : 야수파(주의, 포비즘, Fauvism)에 대한 간략한 소개 **



 

Posted by 초하(初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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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무 좋은곳을 알게 되었네요.
    방문해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그리고
    이곳은 또 제가 즐겨 찾을 수 있는 곳이 될것 같습니다

    • 순례자님의 방문과 댓글에 제가 더 감사합니다.
      즐겨 다녀가시고, 또 종종 안부도 전해주셔서 소식 들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황혼도 멋집니다. 좋은 화욜 저녁 보내고 계신가요??

  2. 후아...딱 1백년전의 그림들인데, 전혀 백년의 세월이 느껴지지가 않네요.
    제가 받는 느낌은 정말 강렬하고도 산뜻합니다.
    아주 멋진분이시구만요.
    초하님 덕분에 즐겁습니다. 감사합니다...^^

  3. 정말 '인상주의'나 '야수파'란 이름에 어울릴만큼, 그림이 강렬하고 인상적이네요. 특히 점을 찍어 그리는 화법이 상당히 독특하네요. ^^